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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망 차별 가능, 단 공개적으로 해야"


항소법원 "망중립성 무효" 판결…통신시장 후폭풍 예고

[김익현기자]앞으론 버라이즌 같은 미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들이 넷플릭스 같은 대형 콘텐츠 제공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버라이즌이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항소법원이 망중립성의 핵심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시켰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14일(현지 시간) FCC는 ISP들의 망차별을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FCC 망중립성 원칙의 근간이 되는 ‘오픈 인터넷 규칙’의 법적 효력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ISP들이 특정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급행료’를 받고 특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엔 반드시 소비자들에게 공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법원 "ISP는 공중통신사업자와 다르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1년 10월 버라이즌이 FCC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버라이즌은 당시 FCC가 망사업자들에게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오픈인터넷규칙’을 발표하자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버라이즌은 소송을 통해 "FCC가 광대역 네트워크와 서비스, 그리고 인터넷 자체에 대해 포괄적이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하고 있다”면서 “FCC가 망중립성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방 항소법원은 망사업자인 버라이즌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이슈가 된 부분은 버라이즌 같은 망 사업자들의 법적 지위 문제였다.

항소법원은 “통신법은 FCC가 망사업자들을 공중통신사업자(common carriers)처럼 규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FCC는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조항 자체가 공중통신사업자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란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런 근거를 토대로 “오픈인터넷규칙 부분을 무효로 한다(vacate)”고 판결했다. 한 마디로 FCC가 망 사업과 관련한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점은 인정하지만 법적 규정을 넘어선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항소법원의 판단이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또 “(버라이즌에게)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조항을 적용하려면 통신법에 있는 공중통신사업자 규정 자체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망 운용실태 공개의무는 계속 적용

FCC의 오픈인터넷은 ▲차별금지 ▲차단금지와 함께 ▲망 운영관행 공개 등이 중요한 원칙이다. 항소법원은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조항에 대해선 버라이즌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공개 의무’ 부분은 FCC 편을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개 규칙을 차별금지나 차단금지와 별도로 떼서 볼 수는 없다는 버라이즌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미국 통신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디즈니, 넷플릿스 같은 대형 콘텐츠업체들이 망사업자들과 계약을 맺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고속도로 전용 차선을 독점할 권한을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자금력 풍부한 대형 콘텐츠 사업자와 중소 사업자 간의 서비스 품질이 크게 차이가 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IT 전문 매체인 기가옴은 “이번 판결로 소비자들의 선택권 뿐 아니라 중소 사업자들의 경쟁력에도 큰 타격이 가해질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단체인 자유언론(Free Press)의 크레이그 아론 회장 역시 IT 매체 리/코드와 인터뷰에서 “공개된 인터넷이 앞으론 케이블TV 같은 서비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버라이즌 측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겐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라이즌은 “이번 판결이 소비자들의 인터넷 접속 및 이용 능력엔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혁신을 위한 여지를 좀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FCC, ISP 법적 지위 등한시해 패소" 비판도

이에 대해 IT 전문 매체 아스테크니카는 FCC가 이번 결과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FCC가 오픈인터넷규칙 제정 전까지 ISP들을 통신 서비스사업자가 아닌 정보서비스 사업자로 규정해 온 게 문제라는 것. 결국 FCC 스스로 변화된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 이번 패배로 이어졌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지적했다.

물론 FCC 입장에서도 건진 것은 있다. 오픈인터넷규칙의 3대 원칙 중 ‘망 운용관행 공개 의무’를 지켜낸 부분이다. 이 규정을 통해 망사업자들의 독주를 견제할 여지는 남겨뒀기 때문이다.

톰 휠러 FCC 위원장은 앞으로 이런 부분을 감안해 대법원 상고를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휠러 위원장은 이날 판결 직후 “(FCC는) 우리 망을 경제성장, 혁신 서비스 및 제품의 테스트 베드,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모든 형태의 언론 자유를 위한 채널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면서 “앞으로 상고를 비롯한 가능한 모든 선택권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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