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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가 던진 교훈 “하고 싶게 만들라”


[고전으로 읽는 소셜 미디어 1]

바야흐로 소셜 미디어 시대다. 페이스북, 트위터는 이젠 생활 필수품이 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역시 없어선 안되는 생활 소품이다. 그런데 도대체 소셜 미디어는 뭘까? 21세기 들어 땅에서 솟아오른 요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따지고 들어가면 인류 역사 시작 때부터 존재했다. 그게 인간의 기본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을 통해 소셜 미디어를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이번 호엔 그 첫 순서로 마크 트웨인의 명작 ‘톰 소여의 모험’을 통해 소셜 미디어의 진리를 살펴본다.

글| 김익현 기자

한 때 ‘웹 2.0’이 화두로 떠오른 적 있다. 개방과 공유, 그리고 참여가 웹 2.0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혔다. 대략 2005년 무렵부터 몇 년 간 웹 2.0은 성공한 인터넷 기업의 기본 훈장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물론 ‘웹 2.0’이 과연 실체가 있는 화두냐는 질문을 던지게 되면 해답이 모호해진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한 출판사의 그럴듯한 마케팅에 놀아났다는 비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같은 이유로 웹 2.0이란 화두 자체는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이란 덕목은 예나 지금이나 인터넷 사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만 따져도 웹 2.0 담론은 나름의 존재 가치는 있다고 믿는다. 웹 2.0 담론이 유행하던 당시 중요하게 거론됐던 기업들이 구글, 아마존 같은 곳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아마존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서평이 아마존 경쟁력의 원천이란 평가 때문이었다. 만약 아마존이 대가를 지불하고 서평을 모았다면 어땠을까? 서평을 모으는 비용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 같은 성과를 일궈내는 것이 쉽지 않았으리란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아마존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허핑턴포스트나 한국의 오마이뉴스 같은 모든 성공한 인터넷 미디어의 근본을 따져 들어가면 바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일반인들의 ‘자발적 기여’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초기 오마이뉴스나 한 때 화제를 모았던 미디어 다음의 블로거 기자제를 한번 생각해보라. 그들은 시간과 정열을 투자한 만큼 대가가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새벽 같이 현장에 달려가 기사를 썼다. 잠입 취재까지 하면서 양질의 기사를 썼던 흔치 않은 블로거 기자도 있었다.

◆ 톰 소여 속에 담긴 뛰어난 성찰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톰 소여의 모험’이다. 1876년 출간된 ‘톰 소여의 모험’은 8년 뒤인 1884년 나온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함께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흔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톰 소여의 모험’은 어린이용 소설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어린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이제스트 판이 더 인기를 끈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소셜 미디어의 기본 법칙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마크 트웨인은 단 한번도 ‘소셜 미디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자, 그럼 작품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잘 아는 것처럼 이 작품 주인공인 톰 소여는 엄청난 개구장이다. 작품 속 톰은 부모가 없다. 대신 폴리 이모 집에서 살고 있다. 톰과 또 다른 개구장이 친구 허클베리 핀이 온갖 모험을 한 끝에 산적들이 감춰 놓은 보물을 찾아낸다는 게 이 작품의 주된 줄거리다. 물론 줄거리 자체만으로도 재미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간 심리란 관점으로 접근해도 상당히 흥미롭다.

대표적인 게 개구장이 톰이 담벼락 페인트 칠을 하는 장면이다. 폴리 이모는 놀기 좋아하는 톰에게 “담벼락에 페인트 칠을 다하기 전엔 절대로 놀러 나가지 말라”는 특명을 내린다. 당연히 톰은 괴롭다. 이런 톰을 자극이라도 하듯 친구인 벤 로저스가 다가온다. 그리곤 선장놀이를 하면서 약을 올려댄다.

“나 지금 헤엄치러 가는 중이거든. 너도 함께 가고 싶지 않니? 하지만 물론 너는 일을 해야 할 테지. 안 그래?”

“일이라니 뭐가?”

“어렵소. 그럼 이게 일이 아니고 뭐니?”

“글쎄. 하기야 일이라면 일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아닐 수도 있지. 어쨌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일이 톰 소여의 마음에 썩 든다는 거야.”

“이봐. 설마하니 이 일을 좋아하는 척 하는 건 아니겠지?”

“좋아하냐고? 글쎄 내가 이 일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아이들한테 담장에 회칠할 기회가 어디 날마다 있는 줄 아니?”

여기서부터 둘의 입장이 역전된다. 톰이 애써 해야 하는 일이 벤의 눈엔 ‘즐거운 놀이’로 보이기 시작한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한테 담장에 회칠할 기회가 날마다 있는 줄 아냐?”는 톰의 말에 벤은 완전히 흔들리고 말았다. 어느 새 담벼락에 페인트 칠하기는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바뀌어 버렸다. 결국 벤은 자신이 갖고 있던 사과를 몽땅 톰에게 주고 난 뒤 페인트 칠할 권리를 얻기에 이르렀다.

톰의 마수에 걸려든 건 벤 뿐만이 아니었다. 벤의 톰의 허가를 얻어 페인트 칠하는 걸 본 동네 아이들이 몰려든 것이다. 결국 톰은 동네 아이들이 갖고 있던 온갖 것들을 전부 손에 넣었다. 물론 그 대가로 ‘담벼락에 페인트 칠할 권리’를 나눠줬다. 일 시키고 돈도 버는 것. 이게 바로 ‘궝 먹고 알 먹는’ 톰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 "노동을 놀이로 바꾸라"

이게 소설 속에만 있는 얘기 같은가? 소셜 미디어 세상엔 이런 법칙이 아주 잘 작동한다. 대표적인 웹 2.0 기업이라고 했던 아마존이나 구글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도 따지고 보면 톰 소여와 크게 다를 것 없다. 불특정 다수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영향력과 돈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대표 주자인 네이버와 다음의 수 많은 콘텐츠들 역시 톰의 친구 같은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여해서 만든 것들이다. 수많은 시민기자, 블로거 기자들을 움직이는 동력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톰 소여의 모험’은 인간의 심리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톰과 헉은 작품 끝부분에서 보물을 발견하고 난 뒤 이내 ‘부유하고 정돈된 생활’에 싫증을 느낀다. 손만 뻗치면 모든 게 구비된 생활은 그다지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헉은 그 생활에서 도망쳐 버린다. 그게 인간의 기본 심리다. 성공적인 소셜 미디어는 이런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작가인 마크 트웨인은 톰의 뛰어난 영업 활동을 소개한 뒤 아예 작품에 직접 개입해 설명을 덧붙인다. 마크 트웨인의 이 설명은 어쩌면 명작 ‘톰 소여의 모험’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지도 모르겠다.

“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행동에 관한 중요한 법칙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즉, 어른이건 아이건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그 물건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이 책의 저자처럼 현명하고 훌륭한 철학자였다면, 노동이란 무엇이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놀이란 무엇이든 의무적으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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