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기자] 위헌판결이 났지만 유지됐던 '선거운동 기간중 인터넷언론사에 대한 실명확인제'가 폐지된다. 인터넷 글을 보이지 않게 하는 '임시조치'에 대한 사업자의 규정도 일부 명확해진다.
하지만 대표적 중복규제 사안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인터넷게임 '셧다운제'와 '친권자중복동의 절차' 문제는 제도개선이 늦어진다. 또한 법원의 영장없이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는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일부 양식이 바뀌는 선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10개 관련부처는 19일 이같은 방안을 담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터넷 관련 규제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부처간 합의가 완료된 사안(13건)은 오는 2014년말까지 정보통신망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인터넷게임 이용시간 중복규제 등 부처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과제(5건)은 내년 연말까지 개선방안을 추가로 만들기로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규제 환경이 경제·물리·지리적 의미의 국경이 붕괴되는 글로벌 시장에 맞지않기 때문에 개선방안을 만든 것"이라며 "산업을 위축시키고 역차별 논란을 빚던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실명제' 늑장 폐지
우선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선거기간 중 유지했던 인터넷언론사에 대한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하는 사안이 눈길을 끈다. 정부는 내년에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신속히 실명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8월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인터넷실명제'는 위헌 판결을 받아 개정됐다. 하지만 위헌결정 효력은 심판대상 조문에 한정돼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효력이 유지됐다. 그러다보니 논란 속에서도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 대화방 등의 게시물에 대한 실명확인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했고, 위반시 1천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포털 등 인터넷사업자를 망설이게 했던 '임시조치'에 대한 규정이 다소 명확해진다. 현재 특정 당사자가 권리침해(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를 주장하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 또는 임시조치(30일 이내 정보접근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임시조치 기간이 지나도 해당 게시물의 처리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인터넷 업계는 손해배상책임을 우려해 게시물을 삭제하는 형편이다.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내년까지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인터넷사업자의 판단기준, 임시조치 이후 처리방법,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절차 등을 보완키로 했다.
◆전자상거래 규제, 글로벌 수준으로
전자상거래 분야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글로벌 경쟁을 위해 규제간소화에 나선다.
현재 30만원 미만의 온라인 결제시에도 '안심결제'나 안심클릭' 등 복잡한 결제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30만원 이상을 결제하려면 반드시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
반면 아마존, 이베이 등 외국 회사들은 신용카드 기본정보(카드번호, 유효기간 등)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것이 현실. 금융위는 내년에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공인은징서 의무화를 5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또한 금융위는 해외 기업의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등록요건도 완화할 계획이다.
현재 PG 등록을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IT시설 및 인력을 갖춰야 하지만, 국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해 국외 쇼핑몰에 대해 PG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IT시설 및 인력을 해외 계열사에 위탁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해외 기업의 PG 등록을 유도하겠다는 것.
정부는 국내 소비자가 국외 쇼핑몰 이용시 원화결제가 어려워 환위험 부담 및 해외카드(VISA, MASTER 등) 이용에 따른 수수료(1.0~1.4%)를 무는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전자금융거래의 오류 발생시 예외적인 상황(이용자 주소 불분명 or 요청시)에만 전화나 이메일로 통지를 했지만 앞으로는 문서나 전화, 이메일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작권 제재타깃 명확화, 뮤비 자율심의 우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재 대상과 아닌 경우를 명확히 한다.
현재 저작권 위반 콘텐츠를 온라인에 올려 3회 이상 경고를 받으면 그 사용자 계정을 최대 6개월까지 정지토록 사업자에게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적용대상이 불명확해 침해수준이 경미한 단순 위반자에도 계정정지 조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내년까지 저작권위원회 심의규칙을 개정해 '삼진아웃제' 적용대상을 헤비업로더로 한정할 수 있도록 침해금액, 게시횟수 등 심사기준을 명확히 한다.
또한 '저작권자의 요청에 따라 저작물의 불법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특수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 웹하드,P2P 등)라는 모호한 범위도 명확하게 바꾼다.
음악시장과 관련, 원칙적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심의(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 뮤직비디오 등 음악영상물은 2014년말까지 음악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자율심의로 바꾼다.
이 역시 인터넷에 게재하는 뮤직비디오도 사전심의가 필요하지만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는 규제가 어려워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지적돼 오던 사안이다. 정부는 민간의 등급분류 결과가 부적절한 경우 직권으로 사후심의할 계획이다.
현재 청소년 이용가 게임물의 등급분류 업무를 민간위탁이 가능하지만 모바일게임에만 적용하고 있다. 이를 개선해 인터넷게임에도 민간심의기구를 통해 민간심의로 바꿔갈 예정이다.
◆파급력 큰 사안, 이해관계 못풀어
하지만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제도개선에서 빠졌다.
이날 정부는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법원의 영장없이도 통신사가 제공 가능했던 통신자료 요청방식을 개선한다는 계획도 포함해 발표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의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법원의 영장 없이도 가능했다. 제공 여부는 사업자 재량사항이지만 사업자는 수사기관의 요청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자료 제공에 따른 민사상의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정부발표는 수사기관의 '자료제공 요청서' 작성방식을 재검토하고 2014년 사업자의 내부 심사기능 강화 등에 대해 법무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추진키로 했다는 내용이어서 사실상 개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 외에도 소비자 편익증진을 위해 24시간 편의점에서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도 부처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품종·소량생산하는 지역특산 전통주류에 대한 인터넷 판매 채널(일반 쇼핑몰 등 포함) 확대 문제도 마찬가지.
업계와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제적 셧다운제(여가부)'와 '게임시간 선택제(문화부)'를 일원화하자는 방안은 여가부와 문화부의 입장이 엇갈렸다. 인터넷게임 이용시 친권자의 동의취득 절차를 중복 규정한 '청소년보호법(여가부)'과 '게임산업진흥법(문화부)'의 일원화 문제도 여가부와 문화부가 합의하지 못해 제도개선에서 빠졌다.
국민 편의와 외국 관광객 유치 효과를 고려해 지도데이터의 해외반출을 허가하는 문제는 국토부가 2014년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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