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과감한 혁신을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할까? 아니면 내부 인사를 발탁해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를 할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티브 발머 후임 최고경영자(CEO)를 확정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까지 보도를 종합하면 앨런 멀라리 포드 CEO와 사티야 나델라 MS 부사장 두 명으로 압축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MS CEO 선임 작업이 2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테크크런치도 블룸버그를 인용하면서 “차기 CEO를 내부에서 발탁할 지, 외부에서 영입할 지를 놓고 열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정감 면에선 단연 멀라리가 앞서
앨런 멀라리는 지난 8월 발머가 은퇴 선언을 한 이후 줄곧 유력한 차기 CEO 후보로 꼽혔다. 따라서 멀라리가 ‘2배수’ 안에 포함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멀라리는 스티브 발머와는 오랜 친분을 과시했다. MS가 몇 개월 전 단행한 구조조정 작업에도 깊숙히 개입했다. 멀라리가 2009년 시사주간지 ‘타임’의 100대 인물로 선정됐을 땐 발머가 소개글을 쓰기도 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당시 발머는 “미국 핵심 산업 두 군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지도자는 굉장히 드물다”면서 “멀라리는 바로 그 드문 인물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반면 나델라는 MS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MS 클라우드 사업의 토대를 닦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애저, 오피스365 등 MS 클라우드 사업을 키워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기사를 쓴 테크크런치의 알렉스 윌헬름 기자는 나델라에 대해 “기술자들의 기술자”라고 평가했다. 클라우드가 MS를 어떻게 바꿔놓을 지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델라를 MS CEO로 발탁할 경우 두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테크크런치가 분석했다.
우선 나델라는 ‘지나치게 MS적인 인물’이란 점이다. 뼛속 깊이 MS 정신이 배어 있기 때문에 과감한 변신을 꾀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이유와 함께 테크크런치는 나델라가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을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빼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델라가 CEO로 승진할 경우 애저를 비롯한 MS 클라우드 사업을 당장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멀라리, 새로울 것 없는 인물" 비판도
실제로 이런 분석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올싱스디지털의 베테랑 기자인 카라 스위셔가 대표적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카라 스위셔는 멀라리가 먼저 CEO를 맡은 뒤 나델라 쪽으로 자연스럽게 넘겨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증된’ 멀라리가 CEO 역할을 하면서 조직을 안정시킨 뒤 자연스럽게 다음 인물에게 물려주는 구도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멀라리가 몇 년 조직을 이끈 뒤 나델라에게 넘겨주는 수순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멀라리 대세론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게 “새로울 것 없는 인물”이란 비판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멀라리는 스티브 발머와 굉장히 가까운 사이다. 최근 발머가 MS 조직 개편을 할 때도 멀라리가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점을 들어 멀라리가 MS에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멀라리가 굳이 MS CEO 자리를 맡을 지도 의문이다. 포드 CEO로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멀라리 입장에선 ‘흔들리는 함선’ 선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별로 없단 얘기다.
포드 쪽에서도 단호한 입장이다. 멀라리가 MS CEO 하마평에 오른 뒤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던 포드는 급기야 지난 5일 “멀라리가 MS CEO 자리를 맡기 위해 회사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이 보도가 나온 직후 MS 주가가 4% 가량 폭락할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겨줬다.
◆'연내 차기 CEO 확정' 가능할까?
차기 CEO 물색 작업 중인 MS 경영진 앞에 놓인 선택은 현재로선 둘 중 하나다. 외부의 ‘검증된 CEO’와 부사장급 중 선두 주자인 내부 인사 나델라를 전격 발탁할 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현재 MS가 처한 상황은 그다지 녹록한 편은 못 된다. 텃밭인 PC 시장은 이미 붕괴되기 시작한 상태다. 신규 시장인 모바일이나 게임 쪽에선 아직 확실한 입지를 굳히지 못하고 있다. 꽤 공을 들였던 인터넷 서비스 쪽도 실적이 신통찮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MS 주주나 경영진들의 눈높이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스포츠 팀에 비유하자면 ‘리빌딩’을 하면서 동시에 ‘우승을 넘보는 성적’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차기 MS CEO 자리가 자칫하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단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MS는 어떤 선택을 할까? 발머가 처음 퇴진 의사를 밝힐 때만 해도 검증된 외부 CEO인 멀라리 쪽으로 상당히 기울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혼전 양상으로 접어든 느낌이다.
MS 이사회 쪽에선 가능하면 연내에 차기 CEO 선임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이 또한 녹록한 작업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려해야 할 변수는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MS는 어떤 선택을 할까? 과감한 내부 발탁일까? 아니면 외부 명망가 영입을 통해 한 템포 쉬어가는 쪽을 택할까? ‘MS의 선택’은 올 연말과 내년 초 세계 IT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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