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한국투자증권은 26일 성장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포털에 한국 콘텐츠 산업의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예능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꾸준한 수요 ▲프로그램 포맷의 잇단 판매 등은 기회지만, 중국 자체 콘텐츠가 성장하고 있으며, 양질의 영미권 콘텐츠 인기도 커지고 있어 경쟁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유선/위성 TV 등 콘텐츠 규제는 매우 강하지만 온라인 TV포털에 대한 규제는 상대적으로 약해 온라인 TV 포털에서 콘텐츠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사용률도 증가세라는 설명이다. 중국 네티즌 수는 올해 6월 기준 6억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1년말 3억 2천500만명이었던 동영상 사이트 가입자 수는 2012년 말에 3억 7천200만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콘텐츠 사용률 역시 2.5%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박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는 유튜브 접속이 차단돼 글로벌 시장 리더가 없기 때문에 Youku tudou(优酷 土頭), Sohu(搜狐), QQ TV, PPTV, Baidu(iQiyi) 등 현지 온라인 포털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며 "온라인 TV 포털의 이용자들 대부분이 직접 제작해서 올리는 UCC보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예능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보기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용자들은 TV 포털에서 주로 중국어로 만들어진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많이 보고 있지만, 현재 한국 관련 콘텐츠 중에는 드라마 상속자들(继承者们),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爸爸去哪儿) 등이 인기라고 한다. 최근 열렸던 엠넷 아시안 뮤직어워드(MAMA/Mnet亚洲音乐大奖) 동영상 클립도 상위권에 올라 있었다.
박 애널리스트는 "'아빠 어디가'는 중국 내에서 예능 콘텐츠 기업으로 유명한 후난 TV에서 판권을 사들여 리메이크했는데, 방영된 지 한 달만에 인기몰이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와 아이돌로 시작된 한류가 이제 예능 프로그램 포맷의 수입으로 옮겨져 왔으나,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 자체도 꾸준히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파악했다. 상위 50위 내에 다수가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비밀', '미래의 선택'부터, 종영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 '미남이시네요', '꽃보다 남자' 등이 50위권 내에 올라 있다. 예능 프로 중에서는 '런닝맨', '뮤직뱅크', '우리 결혼했어요' 등이 있었다.
또한 Youku tudou는 최근 홍콩에서 MAMA가 열렸을 때 유투브, 야후와 더불어 시상식 실황을 전세계에 생중계했고, PPTV는 2012년 초 한국 전용 채널을 오픈하는 등 아직 한국 콘텐츠 자체에 대한 수요도 견조하다고 박 애널리스트는 진단했다.
그는 특히 "1·2선 대도시보다 3·4선 규모 도시에서의 한류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장금, 나는 가수다 등을 수입했던 후난 TV의 주요 시청자층이 3·4선 도시 거주민인데, 젊은 여성과 가정주부들이 후난 TV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하고 있는 이들 도시의 경제 수준이나 인프라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어 한국 콘텐츠 산업에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도시 거주민들이 한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 온라인 TV 포털의 성장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자국 내 콘텐츠 시장 선점을 위한 로컬업체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 보급하려는 노력중이라는 것이다.
콘텐츠의 수준이 어느 정도 비슷해지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낯선 외국어로 만들어진 콘텐츠보다 자국어 콘텐츠가 훨씬 쉽고 문화적 코드도 맞을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양한 주제와 높은 완성도로 무장한 미국 등 서구권 콘텐츠와의 경쟁 역시 한국 콘텐츠 산업에는 또 다른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위성 TV보다 덜 엄격하게 규제되는 온라인 TV 포털을 통해 이미 많은 서구권의 콘텐츠가 들어오고 있는데, '빅뱅 이론'부터 '워킹 데드', '투브로크 걸즈' 등 인기 미국 드라마가 주요 온라인 TV 포털에서 조회수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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