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넷플릭스는 TV 시장의 ‘머니볼’이다.”
대표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전문업체인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머니볼’ 전략이란 분석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는 16일(현지 시간) 인터넷 판 기사를 통해 넷플릭스가 폐기될 위기에 처한 작품들을 헐값에 확보한 뒤 새롭게 만드는 전략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넷플릭스는 TV 시장의 머니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판 살인의 추억 '킬링' 살려내기로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로 널리 알려진 ‘머니볼’은 원래 마이클 루이스가 저술한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은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팀 빌리 빈 단장의 성공 전략을 정밀 분석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빌리 빈 단장은 ‘출루율’과 ‘장타율’이란 잣대로 숨은 보석을 싼 값에 영입해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오클랜드 팀의 성공 이후 저예산팀이 숨겨진 선수를 발굴해내는 효율적인 투자를 ‘머니볼’이라고 일컫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전개하고 있는 전략 역시 오클랜드와 비슷하다는 게 포브스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미국판 살인의 추억’으로 통하는 드라마 ‘킬링(The Killing)’을 다시 살려낸 부분이다. ‘킬링’은 2011년 4월 3일부터 2012년 6월 17일까지 AMC에서 방영된 드라마다.
AMC는 시즌2까지 방영한 뒤 한 때 추가 제작 계획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후 넷플릭스가 뛰어들어 이 시리즈를 다시 살려냈다. 제작사인 폭스, 방영 채널인 AMC와 공동 작업으로 시즌3를 방영한 것.
‘킬링’의 원래 생명은 딱 그 지점까지였다.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시즌3가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AMC는 더 이상의 추가 시리즈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생각은 달랐다. 결국 넷플릭스는 AMC가 완전히 손을 뗀 ‘킬링’을 단독 제작하기로 했다. 내년 2월부터 시즌 4 제작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넷플릭스가 이런 방식으로 살려낸 드라마는 ‘킬링’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시즌3로 종영했던 ‘못 말리는 패밀리(Arrested Development)’ 역시 ‘킬링’과 같은 길을 걸었다. SNS에서 탄탄한 팬 기반을 확인한 넷플릭스가 결국 지난 여름 시즌4로 부활시켜 큰 인기 몰이를 했다. ‘테라 노바’ ‘더 리버’ ‘제리코’ 등도 넷플릭스가 살려낸 드라마들이다.
◆대형 방송사 틈에서 효율적으로 살아남는 법
넷플릭스는 폭스 같은 내로라하는 방송사들이 포기한 드라마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었을까? 이 부분에 넷플릭스의 ‘머니볼 전략’ 핵심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 테드 사란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못 말리는 패밀리’를 재생하게 된 건 “시리즈를 포기하고 난 뒤에도 온라인 상에선 팬 기반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석이 가능한 건 넷플릭스가 폭스 같은 방송사와 달리 인터넷 상의 여론을 정밀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란도스 COO는 넷플릭스가 파이어플라이(Firefly) 같은 드라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보기에 이 드라마는 팬 기반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 때문이다.
오클랜드가 다른 팀들이 주목하지 않던 ‘출루율’을 기준으로 용도 폐기된 선수들을 살려낸 것처럼 넷플릭스 역시 전통적인 잣대로는 포착하기 힘든 기준을 활용한 셈이다.
물론 ‘머니볼 전략’은 회사의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다. 포브스 역시 그 부분을 잘 지적했다. ‘킬링’ 시즌3 시청자는 약 150만 명 수준이었다. 이 정도 시청자 규모론 폭스 같은 대형 방송사가 추가 제작 유인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다르다. 새 가입자 150만 명을 확보할 경우 매달 120만 달러 가량의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넷플릭스에겐 충분히 해 볼만한 ‘머니볼 전략’이란 계산이 나온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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