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휴대폰 배터리를 3분만에 충전할 수 있다."
보통 휴대폰 배터리를 100% 충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30분에서 4시간. 휴대폰 급속충전을 한다고 해도 최소 30분이 걸린다. 그런데 3분만에 휴대폰 배터리 충전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는 형제 벤처기업인이 등장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서비스 '만땅'을 내놓은 스타트업 마이쿤의 최혁재·최혁준 형제. 이들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마이쿤' 사무실에서 만났다.
형 최혁재 대표는 LG전자 MC연구소 등에서 10여년간 피처폰·앱 개발 등 모바일 관련 개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LTE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배터리 소모가 너무 빠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 사업의 단초가 됐다고 한다.
최 대표는 "스마트폰 연구원으로 근무할 당시 배터리 소모가 너무 빨라 불편을 느꼈다.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서 착안했다. 배터리가 2개 들어가는 케이스를 제작하려다 실패로 돌아가 다시 아이템을 고민했다"며 "똑같은 폰으로 개발업무를 하던 중 충전돼 있는 동료의 배터리를 사용했다. 그때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사업모델이 현실성이 있는지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고, 과반수 이상이 스마트폰 사용 중 불편함으로 휴대폰 배터리 문제를 꼽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서 영업업무를 해왔던 동생 최혁준 부대표가 나섰다. 최 부대표는 회사를 나와 영업경험을 살려 홍익대 인근에서 밤마다 휴대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해주고 2천500원에서 3천원가량의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사업 첫날, 나레이터 모델까지 총 8명이 나섰지만 손님이 2명밖에 들지않아 좌절감도 겪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서비스를 하자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늘었다. 작년 여름에 낸 아이디어가 겨울부터 실행을 거쳐 지난 5월 법인설립, 공식 사무실 오픈이 지난 6월이니 1여년만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최혁준 부대표는 "홍대 상상마당 근처에서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매일 오후 5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하면서 손님들의 신뢰를 얻었다"며 "휴대폰 배터리 충전을 위해 부동산 사무실과 3개월간 계약을 했는데, 두 달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 홍대에 사무실을 별도로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하 20도 가까운 날씨에도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나타나자 고객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그렇게 홍대 인근에서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 받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 9월에는 '만땅'이라는 앱까지 출시했다. 휴대폰 배터리 교체는 직접 '만땅' 가맹점을 찾아가거나 배달받을 수 있는 데, '만땅' 앱을 통해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가맹점이나 배달주문을 할 수 있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만땅' 앱을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는 기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안쓰는 앱이나 뒤켠에서 실행 중인 앱 등을 정리해주는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서울 홍익대·강남·건국대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40여개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배터리 교환 수수료는 사무실 임대료 등을 고려해 강북은 2천500원, 강남은 3천원이다. 배달을 할 경우 거리에 따라 최대 2천원의 수수료가 추가된다.
◆"내 휴대폰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충전할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사용료에다 편리성이 있긴 하지만 사실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여분의 배터리가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있을까 의문도 간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고가인데다 이용자들에게는 '내 배터리가 최고'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타인의 배터리를 내것과 바꾼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조금은 있을터.
이에 '마이쿤'은 단순히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을 넘어 배터리 성능 테스트부터 AS 시스템도 도입하고 있다.
최 대표는 "배터리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충전 대기시간을 해소하는 것이 '만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여분의 배터리가 있어도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거나 혹은 깜빡해서 휴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자주 사용하는 것이 편의점의 급속충전. 어떻게 보면 '만땅'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배터리는 일정한 전압으로 충전을 해야 하는데 급속충전을 하면 배터리가 부풀어오르고 터지는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완충이 되지 않는다"며 "거기다 급속충전을 하는 시간 동안 내 손에서 휴대폰이 떠나지만 '만땅'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급속충전을 하는데는 최소 30분이 걸리는 반면, '만땅'을 이용하면 문자·SNS·전화 한 통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기다 '만땅'은 배터리를 교체해주기 전에 먼저 소비자의 배터리 테스트부터 해준다. 배터리에 흠집은 없는지, 충전 전압이 닿는 동판은 살아있는지, 시리얼 넘버(배터리 생산일자)는 정확하게 있는지 등의 외관테스트를 한 뒤에 전압테스트를 해준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배터리는 교체보다 새 배터리로 교환을 권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배터리를 공유해서 쓰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최 부대표는 "콜라병 등 공병을 재활용할 때도 보존상태가 좋은 것은 재활용하고, 그렇지 않는 공병은 폐기처분하는 시스템이랑 같다"며 "외관이 심하게 손상됐거나 떨어뜨린 흔적이 있는 배터리는 폐기처분하고 새 배터리로 교체한 뒤에 서비스한다"고 말했다.
'만땅' 배터리는 최근 2년안에 나온 LTE스마트폰의 정품 배터리만을 사용하며, 충전 역시 정품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쿤' 사무실 방 한칸은 정품 충전기 300여대가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완충된 배터리는 포장용기에 밀봉돼 소비자에게 건네진다. 교체 직전 밀봉된 상태의 배터리를 꺼내 상태를 점검한 이후 교체한다. 혹시라도 '만땅' 배터리를 사용하다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AS도 가능하다. 배터리 한쪽면에는 연락처가 적혀있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최 부대표는 "사용하다가 일주일 안에 이상이 있으면 AS가 가능하다"며 "'만땅'의 배터리는 소비자들을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있어 일반 배터리보다 사용횟수가 적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배터리보다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소자본 창업도 가능"
'만땅'은 대리점, 가맹점 체계로 운영된다. 본사는 앱 관리를 중점적으로 하고 대리점에나 가맹점에 충전된 배터리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영업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업소 한켠에 완충된 배터리 박스 하나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어 소자본 창업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거기다 가맹점들은 점포 홍보와 더불어 부가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최 대표는 "기본 키트(Kit)가 70만원인데 판매수수료 2천500~3천원에서, 가맹점과 본사가 5:5로 이익을 분배하고 본사가 충전한 배터리를 채워주는 식이라 가맹점은 배터리를 소비자에게 교체해주는 것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는 휴대폰 배터리가 들어가있는 키트와 여분 키드에 배터리 충전기까지 1천500만원의 초기 자본을 투자하면 대리점 한 곳이 15곳의 가맹점을 관리할 수 있는 수량의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지하철 인근을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레드아이와 같은 휴대폰 악세사리 전문점 등에서 '만땅'을 시범운영 중이다.
특히 휴대폰 악세사리 점이나 휴대폰 가맹점에서 '만땅'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우 배터리를 교체하러 왔다가 휴대폰 필름이나 악세사리를 구매하는 부수익이 생기도 한다고 한다. 대학로에 위치한 한 불닭집에서도 부대사업으로 '만땅' 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사업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마이쿤'은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로부터 지난달 2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고 형제는 말한다. 설문조사, 사전 사업 등 준비를 철저하게 했지만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나와 창업을 했던 탓에 주변의 만류도 심했고, 아직도 밤을 새서 작업을 할 만큼 사업 진행에 한창이다.
하지만 형제는 "개구지고 재미있는 것이 '만땅'의 콘셉트"라며 대표 캐릭터 킹콩의 개구진 모습이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만큼이나 크게 웃어보이며 "개발 출신과 영업 출신으로 분야가 달라 시너지 효과가 있다. 1일 배터리 교체 8만건이 목표"라고 말했다.
캐릭터 킹콩의 여자친구를 만들고, '만땅' 앱에 추가 기능을 넣는 등 갈 길이 멀다는 형제가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 형제의 명성을 앞설지 두고볼 일이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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