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시장 회복에 대비해 품질 고급화로 미래를 준비하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유럽을 방문, 시장 본격 회복에 대비한 준비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품질 고급화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강화해 미래를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22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와 유럽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생산법인을 방문해 생산현황을 둘러본 뒤, 판매법인과 기술연구소를 방문해 판매전략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4일간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 독일 등 4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이다.
정 회장이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됐던 지난해 3월에 이어 이번에 유럽을 방문한 것은 유럽 자동차 시장 회복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현지 해외 임직원들에게 "유럽시장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지금, 생산에 만전을 기해 유럽 고객 감성을 충족시키는 고품질의 자동차로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그는 "유럽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는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며 선전하고 있다"면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질적인 도약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유럽 전 임직원이 역량을 집중해 품질 고급화, 브랜드 혁신, 제품 구성 다양화 등을 추진해 앞으로를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방문에서 정 회장은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과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올해 새로 투입된 씨드 3도어와 ix35(한국명 투싼) 개조차의 생산 현황을 확인하는 등 생산품질을 점검했다.
기아차 유럽 전략차종인 씨드와 벤가, 스포티지를 생산하고 있는 슬로바키아 공장은 올해 3분기까지 23만5천대를 생산 판매했다. 정 회장은 슬로바키아 공장을 둘러보며 임직원들에게 "슬로바키아 공장이 전세계 기아차 공장에서 가장 생산성이 좋고 품질관리가 뛰어난, 최고의 공장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 체코공장도 i30와 ix20, ix35 등을 22만8천대 생산하며 100%를 상회하는 가동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생산실적을 거두고 있다.
정 회장은 생산라인 직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개발 과정은 물론 생산현장에서도 완벽한 품질을 구현해 브랜드 혁신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때에 적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 효율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체코공장 현장점검 후 공장을 찾은 이리 시엔시엘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투자청장, 교통부 차관 등 정부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협력관계를 긴밀히 다졌다.
이 자리에서 시엔시엘라 장관은 "현대차 체코공장은 체코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체코의 자랑"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체코 정부의 지원과 협력에 감사드린다"며 "유럽 시장 공략의 바탕이 되는 체코공장의 성장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정 회장은 유럽공장 방문에 앞서 22일 오전(현지시간) 현대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생산, 판매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영하 5도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침 6시 55분부터 도보로 1시간 동안 이동하며 프레스, 차체, 의장라인을 집중 점검했다. 특히 3교대로 운영되고 있는 러시아공장의 조별 근무교대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생산라인이 24시간 풀 가동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러시아공장은 현대차 쏠라리스와 기아차 리오의 판매 돌풍으로 16만7천대를 생산하며 3분기까지 가동률 115%를 기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전일 열린 주재원 가족 만찬에서"러시아공장은 준공 이후 빠른 시간에 정상궤도에 올랐으며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러시아공장에서 생산하는 쏠라리스와 리오는 올해 9월까지 각각 8만5,757대, 6만7,678대가 판매되며 전체 브랜드 차종 중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두 차종의 인기에 힘입어 현대·기아차는 올해 3분기까지 전년대비 3.6% 증가한 28만2,595대의 실적을 올리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시장이 6.6% 감소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로, 점유율도 지난해 12.3%에서 13.8%로 1.5%p 뛰어올랐다.
정 회장이 하반기 첫 방문지로 유럽을 선택한 것은 유럽시장이 올해를 최저점으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이번 유럽 방문은 지난 7월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해외시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 데 이어 재도약의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자동차시장 전망에 따르면 유럽 시장은 올해 시장 수요가 1353만대로 전년대비 3.8% 감소하지만 올해를 최저점으로 내년부터 서서히 증가해 2015년부터는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들의 공세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PSA 등 유럽업체들이 내년에는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폭스바겐도 새로운 플랫폼 적용 확대 등 비용절감을 강화하며 판매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엔저의 혜택을 입은 일본업체들도 인센티브 확대, 디젤라인업 강화 등 공격적 판매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를 통해 늘어나는 친환경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품질과 브랜드를 강조, 이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가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그 바탕이 되는 것이 품질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라고 판단, 특히 지금 대응체제를 탄탄하게 구축해야만 유럽시장이 본격 회복세로 돌아섰을 때 글로벌 리딩 메이커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올들어 9월까지 유럽판매가 933만8천897대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4.0% 축소된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58만6천452대로 0.7% 감소하는 데 그쳐 선방했다는 평가다.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해 첫 6%대를 돌파하고 올해도 6.3%(지난달 누적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고비 때마다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경영행보를 통해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시켰다"며 "이번 방문으로 유럽 판매가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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