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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시대, 다시 학제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상기의 테크프론티어]

2013년 1월 영국 옥스포드 대학 옥스포드 인터넷 연구소 윌리암 더튼 (William H. Dutton) 교수를 중심으로 많은 학자들이 모여서 IoT(Internet of Things) 시대에 필요한 학제적 연구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영국의 기술전략위원회 (TSB)가 지원하는 IoT 특별 인터넷 그룹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미래 인터넷 시스템 그룹에서 파생되었다.

이런 시도가 이루어진 이유는 IoT가 현실화되는 이 시점에서 기술 진화가 내포하는 사회적, 윤리적 측면이 매우 크며, 사회, 법률, 윤리적 요소 들이 개인, 조직, 사회에 미칠 영향 역시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대부분 IoT 시대에 대해서는 표준, 기술, 상용화, 비즈니스 모델 등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에 영국이나 유럽 연합에서는 이러한 기술 발전이 가져올 사회 변화를 매우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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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IoT에서는 사람들 역시 객체 중 하나이고, 많은 데이터는 바로 사람들에게 부착되거나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생성되는 개인의 정보이거나 활동 데이터 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IoT 기기는 사람들에게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환경 안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노출’이 상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동의와 신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응용이 사용자들이 인지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점에 비해 IoT가 가져올 변화 중에서 가장 큰 차이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 미터링을 통해 우리 가족의 에너지 사용이 검침되고, 건강 관리의 디지털화 경향은 매우 민감한 데이터 저장 관리라는 측면에서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나 데이터 보호 정책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자동차 운전 기록이나 습성, 블랙박스나 길거리 보안 장치를 통한 원치 않는 노출이 이루어지고, 스마트 시티화에 의한 시민들의 움직임이나 활동 특성이 모아지고 분석된다.

내가 먹는 음식의 양이라 칼로리, 운동량, 거리, 경로를 모아서 분석하고 내 운동 특성이나 개인 활동의 양적화가 이루어지지만 이런 데이터를 어떻게 보관하고 활용하며, 누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에 대해 보다 투명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한상기]내 모든 활동 정량화 '라이프 코치' 온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은 공공 장소에서 사용이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반해, 스마트 글래스를 통한 정보 활용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서 외부 환경을 확인하거나 데이터 접속을 생각하면, 많은 스마트 기기는 일반에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의 사회적 동의와 법률, 규범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 것인가?

IoT를 사용하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그의 장비에 있는 데이터나 지금까지 수집한 데이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수백 억개의 장비들이 사용되고 버려질 경우 그 보호와 폐기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수십억, 수백억 개의 기기는 에너지 소비나 탄소 사용, 독극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가? 다른 사람이 나에게 접근할 때 모든 기기 사용을 멈추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인가? 사용자들이 속해있는 지역의 문화적 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가?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해 과학 기술이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이 사회 문화적 이슈를 가져오고 이에 따라 많은 학습 과정과 사회적 비용을 치뤘던 경험을 갖고 IoT 시대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사회 구조의 변화와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다양한 그릇이나 찻잔이 더 이상 마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단편집 ‘나무'에 나오는 첫 번째 얘기 ‘내겐 너무 좋은 세상'에는 주방기기, 라디오, TV가 얘기하고, 토스터가 TV와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제 이런 얘기는 소설에 존재하는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전 애틀랜틱 지에는 ‘이 토스터가 말할 수 있다면'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금까지 IoT에 대한 논의가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얘기였다면, 이제 담론은 서술적이고 시적인 잠재성에 대해 탐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마트 기기 자체가 만들어 내는 스토리를 생각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적극적 참여자로서 이들이 생성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화자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전화기는 10년 뒤 우리에게 현재 세상을 알려주는 타임 머신이 될 수 있으며, 트위터에 사진이 올라오면 빛을 내는 테이블을 만들어, 서랍을 열면 사진을 인화해주는 모습을 통해 어딘가에 있는 타인과 교류하는 상황을 묘사할 수 있다.

[The Atlantic] If This Toaster Could Talk

스마트 기기가 주관을 갖고,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얘기하고, 소유한 사람을 이해하고 인지하는 모습은 지난 칼럼 ‘감성컴퓨팅 시대'에서 언급했다. 우리가 얘기해야 하는 사회는 그런 감성을 이해하는 기기뿐만 아니라, 감성을 갖는 기기를 가진 환경을 얘기해야 할 것이다.

와이어드 잡지에서는 UI 디자인이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했다. 수 많은 스마트 기기가 우리 주변에 점점 늘어나게 되면, 디자인의 원리는 이제 제품이나 기기에 촛점을 맞추는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는 경험 디자인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패스' 서비스를 만드는 데이브 모린은 ‘인공지능이 새로운 UI’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와이어드] Why a New Golden Age for UI Design Is Around the Corner

지금까지는 한 사람에게 맞추는 디자인을 고려했다면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여러 명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나 같이 일하는 환경에서 스마트 기기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스스로 판단하고, 상호작용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즉, 사회성은 이제 스마트 기기에 필수적 요소가 될 것이며, 기기들 간의 사회성까지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세상을 얘기해야 한다. 그들의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 하는 것은 단지 공학자들에게만 맡길 수 없는 것이다.

IoT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인간 사회만이 아니라 인간과 기기, 기기와 기기 간의 새로운 사회 구조와 질서, 규범과 윤리를 얘기해야 할 것이다. 이 영역은 과학과 기술로 시작되지만 인문사회학적 시각과 협력을 통해서 구현해야 할 것이고, 이는 앞으로 만들어질 수 많은 IoT 기기를 생각할 때 지금부터 그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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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현재 컴퓨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결합한 소셜컴퓨팅 분야의 각종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대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전략 수립을 하고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과 영화, 와인을 좋아하며, 에이콘출판사의 소셜미디어 시리즈 에디터로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엔 학술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규 사업 전략과 정부 정책을 자문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블로그(isocialcomp.wordpress.com)와 페이스북(facebook.com/stevehan)을 통해서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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