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수신료 인상논의를 위해서는 논의구조에 정부, 국회, 공영방송사 등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해당사자 관여를 최소화함으로써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수신료 인상에 대한 당위성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KBS 이사회가 20일 방송회관에서 개최한 'TV수신료 현실화 서울 공청회'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독일 방송시장의 사례를 통해 수신료 책정 과정이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윤식 교수는 "독일에서는 수신료 책정과 인상과정에서 방송의 자유에 대한 위험요소가 되는 정치적 영향의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내용관여 배제의 원칙에 따라 정부, 국회, 공영방송사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배제해 수신료 인상과정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아울러 수신료 산정위원회인 '공영방송재정수요조사위원회(KEF)'의 결정 권한을 강화해 수신료 책정과정에서 행정부는 물론 정치 조직인 입법부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KEF는 공영방송의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 권한이 있고 오직 회계, 경영전망 평가를 통해 수신료 금액을 산출한다. 회계, 경영, 법률, 방송기술, 세무 등의 비정치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공영방송이 수신료 수입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 심의하고 수신료를 결정한다. 국내에서도 합리적인 수신료의 산출을 위해 수신료 산정위원회의 설립에 대한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정윤식 교수는 "현재 국내의 수신료 결정과정은 KBS 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 국회라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를 유지한 채 수신료 산정위원회를 설치한다면 수신료 인상 절차는 더욱 복잡해 질 것"이라며 "현재의 3심제를 모두 생략하고 수신료 산정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산정위원회에서 수신료 액수만 결정하고 그 전제조건인 공정성과 거버넌스 문제는 '내용배제의 원칙'에 따라 국회 입법사항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 권순옥 중앙부회장도 "국내 방송시장이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해외 유수의 모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데, 독일의 '내용관여배제의 법칙'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신료 인상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공정성, 공익성 문제 등 내용관여에 대해서는 방송법으로 대신하는 이 방안이 국내 수신료 현실화 과정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공공성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어야 국민들이 기꺼이 세금을 낼 수 있다"며 "공영방송은 수신료 인상을 위해 공적책무를 규정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담아내겠다는 확신을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어떤 항목을 위해서 수신료가 필요하고 공적서비스가 어떤 것들이 나오느냐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어 아쉽다"며 "국민들에게는 인상된 수신료를 통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방안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현재는 그 부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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