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경기도 수원시 소재 삼성전자 모바일연구소(R5) 2층에 마련된 삼성이노베이션포럼(SIF) 전시장 앞에 도착하자 "불량은 암이다"라는 커다란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시장 입구에는 가장 많이 팔리거나 혁신적이라 여겨지는 제품이 아닌 삼성전자 '신경영'의 도화선이 됐던 낮은 품질의 제품이 기자를 먼저 맞았다. 삼성을 글로벌 제조업체로 도약하게 해준 갤럭시 스마트폰 등이 전면에 전시돼 있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삼성 이노베이션포럼은 삼성전자가 1993년 신경영에 나선 이후 20년 동안 걸어온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회다.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상징되는 신경영 시작 이후 20년간 삼성이 글로벌 톱 제조업체로 성장하게 한 역사적 제품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신경영 이래 이건희 회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위기의식을 강조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글로벌 1등에 안주하지 말고 발전과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듭하는 것.
이번 전시회에도 이 회장의 그 같은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게 눈에 띄었다.
밀리언셀러 판매나 큰 매출을 기록한 제품만을 모은 게 아니라 삼성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기획한 흔적이 엿보였다. 휴대폰은 지난 1995년 출시한 1세대 아날로그폰 'SH-870'과 올해 내놓은 '갤럭시S4'를 비교했다. 'SH-870'은 당시 95만원선에 판매한 고급형 제품. 갤럭시S4는 가격을 80만원대 후반으로 낮추면서 옥타코어 프로세서에 9종의 센서를 탑재한 첨단 스마트폰이다.
비록 출시되지는 못했지만 시도만으로 주목을 받았던 손목시계형 와치폰(1999년), 디자인 감각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가로본능폰', 세계 최초 DMB폰 등도 눈길을 끌었다.
TV의 혁신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96년 '숨어있는 1인치를 찾아라'라는 광고로 유명한 '명품 플러스원TV'와 올해 출시한 스마트TV 'F8000'을 비교 전시했다. 'F8000'은 화면 크기가 '명품 플러스원 TV'에 비해 2배 이상 커졌지만 두께와 무게가 34.9mm, 18.3kg으로 각각 93%, 65%나 줄었다.
소비전력 역시 78W로 절반 미만까지 낮췄고, 화질도 자연 그대로의 색상, 밝기를 보는 것 같이 선명해졌다. 과거에는 채널, 음량, 화질 등 제어하는 외부버튼이 8개있었지만 'F8000'은 1개로 줄였다.
모니터는 1995년 당시 고사양 제품이던 '싱크마스터 17GLi'와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모니터 'SB970'을 비교해 보여줬다. 과거 브라운관 모니터는 두께가 400mm가 넘어 책상 위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했지만 현재 모니터는 두께가 40% 이상 줄어 공간 효율을 개선한 게 큰 특징이다.
지난 1996년 선보인 '센스-5900' 노트PC는 국내 최초로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을 적용한 제품으로 가격이 400만원을 넘었다. 올해 내놓은 '아티브북9'은 초박형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리튬폴리머배터리 등 전용 부품을 적용해 무게 1.16Kg, 두께는 4분의 1 수준인 12.9mm까지 줄였지만 가격은 옛 제품의 절반 미만에 불과하다.
그 밖에 아직 상용화되기 전 제품인 투명 터치 디스플레이, 휘어진 디스플레이가 특징인 커브드 TV, 85인치 UHD TV 등 최신 제품들도 선보였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기획팀 이경태 상무는 "20년 전 삼성의 제품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었지만 신경영 선포 후 도전과 혁신을 통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삼성 이노베이션포럼은 삼성의 혁신과 역사를 한 자리에 소개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도전해나가겠다는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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