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벤처투자가 쉽지 않은 것은 투자금 회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투자금 회수 통로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여러 모로 관측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에서도 연이어 '창업-투자-회수'의 사이클을 강조하며 관련 생태계 조성에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벤처·중소기업들의 주 무대인 코스닥 시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호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6월 들어 다소 조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코스닥은 지난 5월29일에 장중 588.54까지 치솟으며 약 5년 만에 최고점을 돌파한 바 있다. 같은 시기에 대기업들이 포진한 코스피 시장 침체 속의 성과여서 코스닥의 선전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는 벤처 투자 심리에 긍정적이다. 상장된 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들이 상장 후 주식을 매도해 투자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10곳 중 8곳은 벤처캐피탈이 투자했다. 구체적으로는 평균 78.4%다. 2011년에는 35개사가 상장(벤처캐피탈 투자 30개사)했으나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2012년에는 17곳(벤처캐피탈 투자 14개사) 상장에 그쳤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올해는 작년보다 상장시장이 다소 호전되고 있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코스닥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살리고자 한국거래소 이사회에서 코스닥을 분리하고, 상장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의 활성화 뿐 아니라 ▲코넥스(KONEX) 출범 ▲성장사다리펀드 조성 등 또 다른 투자금 회수 지원책이 제시되는 것도 주목된다.
코넥스는 코스닥기업보다 어린 '초기 벤처'를 위한 주식시장이다. 오는 7월1일 출범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초기 벤처의 위험성을 감안해 기관 등 전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코넥스에는 초기 벤처의 자금난 해결, 투자자의 자금 회수처 확대 등의 역할이 기대된다.
성장사다리펀드도 관심이다. 이 펀드는 중소기업 M&A 인수금융 공급, 세컨더리 펀드 결성 등을 지원하는 자금으로 쓰일 예정으로, 중기청과 금융위가 조성하고 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3년간 총 6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이 함께 출자한다.
세컨더리 펀드는 만기가 도래한 벤처펀드가 청산할 수 있도록 해당 펀드가 만기가 다되도록 처분하지 못한 현물자산을 인수해주는 펀드다. 정해진 기간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출구를 뚫어주는 역할을 한다. 엔젤지원형·창업초기형 등 두 종류로 운용할 방침이다.
그외 M&A에 투자하는 M&A 전문펀드, 코넥스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코넥스 전문펀드도 조성을 검토중이다.
금융위는 공신력 있는 기술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기술기업과 금융회사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 모든 움직임은 '출구를 확실하게 마련해 줄 테니 걱정 말고 투자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정부, 회수시장 활성화 기대 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벤처캐피털협회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벤처캐피탈 생태계에서 취약한 고리로 지적돼 왔던 정부의 회수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벤처캐피탈의 선순환구조(투자재원-투자-회수)가 회복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종갑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벤처투자를 늘리겠다는 말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자금만 몰아주는 게 아니라, M&A 관련 규제 개선 등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움직임이 많이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없진 않다. "벤처시장 활성화 정책이 시장을 제대로 키우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는 A 벤처캐피털의 대표 얘기가 그렇다. 과거에 '묻지마 투자' 등으로 흐르며 거품을 일으킨 일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신중한 A사 대표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어쨌든 무관심한 정부보다는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도와주려는 정부가 낫다"는 것이다.
◆벤처 투자자금, 규모·경로 뿐 아니라 '기간'도 중요
벤처 투자자금을 늘리고, 경로를 다양화하는 것도 좋지만 회수 기간이 10년 이상인 장기투자 펀드가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망하다는 판단에 투자를 해도 창업 후 7~8년간은 벤처의 기업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 지루하고 힘든 기간을 참으며 버틴 후 10년 전후차 기업이 됐을 때 기업이 잠재력을 터뜨리며 기업가치가 확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무렵에 상장 혹은 M&A 시켜 비로소 과실을 딴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같은 장기간 마음고생 후의 열매를 벤처캐피탈이 그대로 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쉬움이 가득한 B 벤처캐피탈 대표의 얘기다.
"투자펀드(조합) 만기 때문에 투자한 지 8년된 시점에 한 벤처의 지분을 다른 기관투자자에게 매도했죠. 우리는 투자금의 2배 정도 수익을 내서 나쁜 성과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정작 큰 열매는 우리 지분을 인수한 기관투자자에게 돌아갔지요. 그 벤처는 매각 후 1년쯤 지나서 상장했는데, 처음보다 4배 이상 기업가치가 올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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