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선거법 기소 논란, 원전 비리 등의 여파가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원전 비리 사건의 여파는 매우 클 전망이다. 방사선 누출을 막는 안전 설비의 핵심 부품이 해외 시험 기관의 검증에 실패했는데도 검사를 담당한 국내 시험기관 직원의 위조로 통과되는 등 비리로 인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각 설비 용량 100만㎾급)가 가동 중단됐다.
이 때문에 아직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6월 초인데도 지난 3~5일까지 3일 연속 전력 수급 경보가 발령되는 등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여름 전력사용 피크 시기인 8월5~30일까지 시간이 남았는데도 1차 고비가 온 것이어서 지난 2011년 9월 15일 대정전과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시민들의 분노가 높은 이 사안은 여름 내내 이어지는 것이어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당도 박근혜 정부와 여당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5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난해 11월에도 영광 원전이 불량 부품 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됐음에도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는 안전 불감증에 걸린 새누리당 정권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지난 정부조직개편 당시 원자력 안전에 대해 장관급 '대통령직속 원자력 안전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무총리실 소속의 차관급 위원회로 격하시켰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5개월 간 단 한 번의 회의도 개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전 비리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개인의 사욕과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면서 "이번 위조 사건에 대해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해 원전 분야에서 고착화돼 있는 비리의 사슬 구조를 원천적으로 끊을 수 있는 근원적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원전 3.4호기에 사용된 케이블 가운데 원전 부품 성적서 위조 파문을 일으킨 새한타이피가 검증한 우진·두산중공업·JS 전선 등 3개 회사 공급 제품에서 필수 검사가 생략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는 등 추가적인 문제가 밝혀질 가능성이 커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했던 지난 대선 당시의 일이어서 부담이 크다.
검찰이 수사팀과 지휘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세훈 전 원장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구속하는 입장을 정했지만 황교안 법무장관이 1주일 넘게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 '갈등설'이 일었다.
사실상 '수사지휘권'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이미 채동욱 검찰총장을 비롯해 일치된 의견으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장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이르면 5일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그대로 적용한 상태에서 사법 처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잘못된 과거와 용기있게 결별하는 것만이 정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세우는 것"이라고 한 바 있어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정통성 시비가 일 가능성은 작지만, 지난 대선 당시 있었던 사건에 대해 법무부장관과 검찰이 갈등을 벌이는 것 자체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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