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정부가 벤처생태계의 막힌 돈줄을 뚫기 위해 3조원 이상을 쏟아붓는다.
정부는 15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방안은 '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도전'의 과정이 막힘없이 순환되는 과정을 통해 국내 벤처생태계를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재구축(re-building)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그동안 벤처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로 제기된 엔젤투자, 회수와 재투자, 실패 후 재도전 부분의 병목현상 해소에 중점을 두고 대책이 마련됐다.
정부는 창업기업의 '고위험·고수익' 구조에 부합한 지원이 되도록 자금조달 구조를 융자에서 투자 중심으로 변경하고, 성장 단계별 맞춤형 투자․회수 시스템을 갖춰 나가면서 벤처생태계의 하부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기존 산업을 강화하는 창조경제 혁신을 위해서는 선순환 구조의 벤처 생태계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대책이 창조경제 실현기반을 마련하는데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초기 벤처자금, 융자에서 투자로
정부는 벤처 1세대 선배들의 후배 세대에 대한 재투자 기반을 견고히 구축하기 위해 벤처 재투자를 지원하는 벤처 1세대에 대해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양도차익에 대한 높은 세금 부담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인을 위해 주식 매각으로 현금화한 자금을 일정기간 내에 벤처기업에 재투자할 경우 처분시까지 양도소득세를 미뤄주기로 했다. 전략적 제휴를 목적으로 비상장 주식을 교환할 경우에도 매도기업 주주가 교환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 기한을 연장해준다.
또 벤처 창업자가 다른 벤처에 엔젤투자를 했을 경우 소득공제 혜택도 늘린다. 투자금액 5천만원까지는 소득공제 비율을 30%에서 50%까지 확대하고, 연간 종합소득 중 공제한도를 50%로 늘린다.
성공 벤처 기업이 후배 창업기업 육성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는 경우 정부도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한다. 금년 중 1천억원 규모의 후배육성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5천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를 조성해 2천억원은 창업초기, 3천억원은 M&A 등 성장기에 투자할 계획이다.
◆2조5천억원 규모 펀드 조성…막힌 돈줄 뚫는다
벤처기업이 성장 후 인수합병이나 상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중간에 회수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기술획득을 위한 M&A에는 기술가치 금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고, 기업을 파는 주주에게는 증여세 부과를 면제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이나 R&D투자 비중이 5% 이상인 중소기업을 인수할 경우 3년 동안은 중소기업의 지위를 인해준다.
또 2조5천억원 규모의 성장사다리 펀드를 조성해 성장, 회수 단계의 벤처기업을 지원한다. 이 펀드는 정책자금 6천억원, 민간 1조4천억원을 조달하며 지식재산권 보호, M&A, IPO, 재기지원 등 성장, 회수에 자금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벤처기업이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도록 오는 7월에는 기술 벤처가 중심이 된 주식시장 코넥스(KONEX)를 신설한다. 기존 코스닥시장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대폭 강화한다.
◆탄탄한 창업플랫폼 구축
정부는 오는 7월 '무한상상 창업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아이디어 검증-시장조사-생산과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외 우수한 기술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한다. 벤처기업의 임직원과 대학·연구기관 등으로 제한된 벤처기업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지분 30%이상 인수된 기업의 임직원'까지 확대해 인수합병으로 인수된 우수 인력들이 기업에 남을 수 있도록 한다. 또 외국 인재에게는 창업비자를 발급해 국내에서 창업할 경우 장애가 없도록 돕는다.
반면 기술도용과 탈취에는 제재를 강화한다. 기술유용에 대해 원칙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과징금 부과시에도 최고등급(60점→100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 기대효과는?
이번 대책에 대한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벤처·창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당초 전망치인 6조3천억원에서 10조6천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젤 등을 통한 초기 투자는 당초 전망치 2조4천억원에서 3조2천원으로 확대되고, 벤처캐피탈 등을 통한 성장기 투자는 당초 전망치 3조9천억원에서 5조7천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M&A, 코넥스 등을 통해서는 4조4천억원이 회수되고, 회수된 자금 중 1조7천원이 창업성장단계로 환류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벤처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각각 1.7%포인트, 0.8%포인트 증가하고, 엔젤투자자는 지난해 2천608명에서 2017년 1만2천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벤처투자도 지난해 1조2천억원에서 2017년에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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