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최태원(사진.53) SK(주) 회장의 계열사 자금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소재가 파악됐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최근 만난 적이 있다는 주장이 10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현재 최 부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증인 출석을 설득 중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김 전 고문의 소재가 파악됨에 따라 최태원 SK(주) 회장 측은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세워달라고 법원에 거듭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8일 열렸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회장 측은 횡령 사건을 주도했던 인물로 김 전 고문을 지목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김 전 고문의 법정 증인 소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이번 재판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김 전 고문은 지난달 29일 2차 공판에서 법정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소재가 불명확해 출석 여부가 희박하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10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최재원 부회장이 김원홍 전 고문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나는 등 연락을 하고 있다"며 "1심 판결 이후에도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김 전 고문의 중국 전화번호를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증인으로 소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수사 당시부터 행방이 묘연했던 김 전 고문은 외국에 거주하면서 SK 측으로부터 수천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송금받은 장본인이다. 최 회장 측이 김씨 소재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 측의 대화 내용을 감안해 (김 전 고문이) 증인으로 나서는 데 대해 어떤 입장이냐"고 질문했다.
변호인 측은 "(최 부회장이)설득 중이지만 (김 전 고문이) 증인 소환에 응할지 여부는 아직 유보적"이라면서도 "재판부가 나서서 소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필요한 증인인 만큼, 전화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 심문 기일을 다음달 3일 오후 3시 30분으로 잡고, 김 전 고문의 전화로 증인소환 사실을 통보키로 했다.
최 부회장과 김 전 고문이 서로 연락이 이뤄지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지금까지 형식상 증인 신청 명단에 올려놨던 김 전 고문의 증인심문이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달 29일 항소심 2차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 측은 작년 6월까지 김 전 고문과 연락을 주고 받다가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4년부터 해외 체류한 김씨는 최 회장 등으로부터 선물 투자금 명목으로 총 5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송금받았다. 김씨는 1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으나 항소심에서 최 회장 등의 변론 방향이 바뀌면서 이 사건 핵심 인물로 급부상했다.
김 전 고문은 SK그룹 펀드의 자금을 무단으로 인출, 사용한 핵심인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8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회장 측은 SK그룹 횡령 사건으로 인해 실질적인 이득을 본 인물이 김 전 고문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펀드자금 인출 자체가 최태원 회장 형제에 의한 것이고, 나아가 SK그룹 펀드 자체를 오너의 사적 자금 유용 수단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김 전 고문이 법원의 소환을 받아들여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김 전 고문의 증인심문은 다음달 3일 진행된다.
이에 따라 김 전 고문의 증인신문이 이뤄질 경우 그가 어떤 답변을 내놓느냐에 따라 1심 판결 결과가 송두리채 뒤집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SK 측에서 김 전 고문과의 접촉 사실을 공개하면서 법원에 전화번호를 제출한 것을 놓고 이미 증인 출석에 대한 사전 설득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은 계열사가 베넥스에 출자한 펀드 투자 선지급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부회장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다음달 14일까지 재판을 종결하고, 오는 8월 전 선고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구속피고인의 구속만기일이 8월인 만큼, 늦어도 6월 중순까지는 결심을 할 예정"이라며 "한 달 정도 충분히 관련 기록을 검토한 이후 선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0일과 29일, 내달 3일에 걸쳐 증인들에 대해 증인신문을 마치고, 6월 10일에는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이날은 최 회장 형제와 함께 재판을 받는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SK그룹 펀드 설립 당시 실무에 관여한 SK가스 관계자와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 실무 담당자가 각각 증인으로 출석,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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