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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잠든 언론사에 '돌직구' 던진 17세 천재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리를 때린다. 20세기형 플랫폼에 최적화된 기사를 아무 생각없이 쏟아내고 있다는 불안감도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플랫폼과 불화하는 뉴스'란 엉뚱한 생각까지 뇌리를 스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17세 영국 개발자가 앱 하나 팔아서 3천만달러를 벌었단 뉴스를 접하게 됐다.

뉴스 자체는 간단했다. 닉 달로이시오란 17세 영국 고등학생이 섬리(Summly)란 앱을 3천만 달러를 받고 야후에 팔았다는 것. 내외신 할 것 없이 고교생의 '대박신화'에 초점을 맞췄다. 야후의 인수 배경 같은 것을 다루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당돌한 청년의 대박 신화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영국 신문들이 심하게 흥분했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허핑턴포스트가 '끔찍한 뉴스들'이라고 혹평을 했을까?

요즘 모바일 시대 뉴스란 화두를 부여잡고 있었던 때문일까? 나는 17세 천재 개발자의 탄생이란 '섹시한 뉴스'보다는 '모바일 뉴스 요약'이란 다소 밋밋한 부분에 좀 더 신경이 쓰였다. 어쩌면 뉴스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긴 뉴스를 400자 내외로 요약해준다면…

이번에 화제가 된 '섬리'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세계 주요 언론사 수 백 곳을 검색한 뒤 자연어 처리 방식으로 400~800자 내외로 깔끔하게 요약해준다. 여기에 개인 맞춤형 기술까지 덧붙여 관심가질 만한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보내준다. 개인 맞춤형 뉴스는 자이트(Zite) 같은 앱들이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다.

여기서 경쟁 포인트는 바로 '요약 기술'이다. 쏟아져나오는 뉴스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정확하게 요약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섬리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간접적인 잣대로 한번 살펴보자. 닉 달로이시오는 섬리의 기사 요약 추출 기술을 개발할 때 SRI인터내셔널의 도움을 받았다. SRI는 애플의 자랑인 음성인식 기술 '시리'의 모태가 된 기업. SRI 출신 연구원들이 독립해 나온 뒤 개발한 기술이 바로 시리다.

야후가 섬리에 주목한 건 이런 장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바일 시대 강자를 꿈꾸는 야후로선 이용자들의 읽기 습관을 잘 활용한 기술이 필요했을 것이고, 섬리에서 그 해답의 단초를 찾았다고 봐도 크게 그르진 않을 것 같다.

다시 뉴스 얘기로 돌아가보자.

섬리가 왜 그렇게 문제가 될까? 모바일 시대 뉴스 서비스의 전형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바이지만, 스마트폰에서 긴 글을 끝까지 읽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너나할 것 없이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긴 글에 대한 거부감이 엄청나게 강한 편이다. 늘 글을 끼고 사는 기자 역시 요즘은 A4 두 페이지만 넘어가면 웬지 부담스럽다.

섬리처럼 긴 뉴스를 깔끔하게 요약 정리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바로 이 대목이 큰 고민 없이 기존 서비스를 반복 생산하고 있는 언론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난 해말 미국에선 위키피디아처럼 주제별로 뉴스를 볼 수 있는 서카(Circa)란 앱이 화제가 된 적 있다. 서카는 무수히 많은 뉴스 중에서 핵심 부분만 뽑아서 계속 덧붙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진행 중인 뉴스'란 새로운 개념을 잘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서카를 개발한 것도 언론사나 뉴스 서비스 전문업체가 아니었다.

◆혁신이 없는 뉴스의 미래는…

뉴스는 처음 등장한 이래 계속 진화해왔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곧이어 뉴스 형식이 그 플랫폼에 적응하곤 했다. 라디오를 비롯해 신문과 TV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뉴스 양식을 탄생시켰다. 최근 뉴스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인터넷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모바일 시대의 안방을 향해 달리고 있다. 당연히 지금 우리는 플랫폼과 뉴스 형식 간 불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그 불화의 시기가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뉴스 형식은 바탕이 되는 플랫폼에 적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7세 천재 개발자의 대박 신화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언론사들이 타성에 젖어 있는 동안, 외부에서 자꾸만 변화의 바람을 몰아오고 있는 듯 해서다.

이 대목에서 윈스턴 처칠의 케케묵은 금언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저 금언에서 '예술'이란 단어를 '뉴스'로 바꿔 읽어도 크게 그르진 않을 것이다.

"전통이 부재한 예술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고, 혁신이 없는 예술은 시체와 같다."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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