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판결을 또 다시 연기했다. 이번에 ITC가 판결을 연기한 것은 애플 제품에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릴 때 예상되는 피해를 산정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주요 외신과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ITC는 13일(현지 시간)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오는 5월 31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ITC는 이와 함께 3G 데이터 전송을 비롯한 삼성 특허권을 침해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릴 경우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ITC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은 애플 제품들이 이번에 문제가 된 삼성 특허권 4개 중 최소한 한 개는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지난 1월 이어 또 다시 판결 연기
이번 특허 분쟁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1년 6월 제기한 것이다. 당시 삼성은 애플이 데이터 변환 등과 관련된 특허권을 침해했다면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의 미국내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쟁점이 된 특허권은 ▲CDMA 모바일 통신 시스템에서 인코딩/디코딩 전송 양식 혼합 지표 ▲패킷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는 모바일 통신 시스템에서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전송, 수신하는 방법 ▲스마트폰 다이얼 방법 ▲디지털 문서 작동 및 열람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방법 등이다.
ITC는 지난 해 9월 예비판결에선 애플 손을 들어줬다. 제임스 길드 행정판사가 "애플 제품이 삼성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한 것. 하지만 ITC는 지난 해 11월 표준특허권을 둘러싼 공방을 이유로 예비 판결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ITC는 당시 판결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표준 특허권 이슈와 관련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번 재판은 지난 2월 초 판결이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ITC는 표준 특허권 관련 의견 수렴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최종 판결을 3월말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ITC가 이번에 또 다시 판결을 연기함에 따라 표준 특허권 관련 공방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허 침해 없다면 추가 의견 취합 안 했을 것"
ITC는 이번에 판결을 연기하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사용된 삼성 특허권을 우회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AT&T용으로 공급된 3, 4세대 애플 제품들이다. 이번에 ITC는 판결을 연기하면서 미국 다른 통신사에 공급된 애플 제품이나 아이폰5도 관련이 있는 지에 대한 부분에 대한 의견도 함께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ITC는 라이선스 조건이 공정한 지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ITC는 삼성과 애플 양측에 오는 4월3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ITC가 추가 의견 취합을 위해 판결을 연기한 것은 문제가 된 애플 제품이 삼성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어떤 조치를 내려야 할 지 좀 더 숙고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ITC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로드니 스위트랜드 변호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특허 침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굳이 추가 정보를 요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ITC의 이번 조치에 대해 두 가지 분석을 내놨다. 즉 애플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거나 특허권을 우회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나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수입 금지를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 역시 ITC가 애플 제품이 특허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포스페이턴츠는 ITC가 FRAND 라이선스 조건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기로 한 것은 애플에겐 나쁠 것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포스페이턴츠는 또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삼성이 요구한 2.4% 로열티가 합당한 수준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 최악 시나리오는 8월부터 수입금지"
이에 따라 예비 판결에서 패배했던 삼성이 ITC 최종 판결에선 승리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C가 오는 5월 31일 최종 판결에서 애플 제품이 특허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입 금지를 건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60일 내에 수입 금지를 허락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선 오는 8월부터 애플 일부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애플은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 등에서 조립한 뒤 미국으로 들여오고 있다. 따라서 미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입금지 조치가 가능한 상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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