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소프트웨어는 문화를 이해하는 것'
일본시장에 안착한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강조하는 성공의 열쇠는 다름 아닌 '문화'였다.
한국소프트웨어(SW)산업협회가 최근 발행한 '2012 국내SW기업 일본진출 가이드북'은 일본 진출 기업들이 말하는 성공 비결을 '문화의 이해'로 요약하고 있다.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인식의 차이를 이해해야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실질적인 해법은 '궁합 맞는 파트너 찾기'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SW 비즈니스는 문화 사업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지란지교소프트(대표 오치영)와 투비소프트(대표 김형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대표 오재철), 알서포트(대표 서형수) 역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문화 사업'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진출 초기부터 지금까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문화적 차이였다는 설명이다.
이들 기업들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제품의 기술력만을 믿고 도전하면 인식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간극을 메우지 못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성공기업들이 밝히는 초기 실마리는 현지 파트너의 도움과 지속적인 시간 투자다. 특히 현지인 채용과 현지 파트너사들의 도움은 없어서는 절대 안되는 사항이니 반드시 갖추고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문화적인 감각은 단기간에 습득되지 않고 현지에서 나고 자라며 몸에 갖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현지인을 잘 채용하면 특정 필요 정보의 부족도 해소할 수 있다"며 현지인 채용을 적극 권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할 경우 의식주와 같은 단순한 문제부터 현지 법률과 회계 등 전 부분에 걸쳐 정보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데, 현지인을 채용하면 이 부분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파트너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회사의 역량과 성격을 가장 잘 이해하는 상대를 고르는 것.회사의 규모가 크고 이름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적절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단정은 금물이다.회사의 전략과 규모, 솔루션에 대한 이해도, 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파트너를 선택해야 나중에도 후회하지 않는다.
크고 유명한 회사가 반드시 좋은 파트너라는 등식은 여기에서 성립하지 않는다.큰 기업은 오히려 취급하는 품목이 많아 자사 제품이 '온리 원(Only One)'보다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큰 기업'보다는 '적합한 기업'을 파트너로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문화적 거리만큼이나 필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이다.진출 초기에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하면 실패를 맛보게 될 확률도 그만큼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 진출 SW '같은듯 다른 접근'
지란지교소프트는 일본 시장에서 한국에서와는 다른 '포지셔닝' 전략을 취했다. 이를 통해 매년 사업규모를 2배 정도씩 키워왔고 올해 일본 시장에서의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4배 가량 성장한 100억원이다.
이같은 전략은 브랜드 파워가 없는 외국기업이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포지셔닝을 달리 해야 한다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지란지교소프트는 실제로 일본 시장 진출 초기 일본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한 유통 파트너사를 찾았고 제품도 그에 맞춰 현지화시켰다.
이 회사의 기업용 웹 스토리지 솔루션 '오피스하드'는 이를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오피스하드는 국내에서는 대기업이 주요 고객이라 그에 맞는 직접 영업 전략을 펼쳐 왔지만 일본에서는 일본 내 개최 전시회에 참가하여 제품을 소개하고 현지 채널과 파트너를 만나 중소 기업 대상 판매 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현재 일본 내 4개 채널에서 '기가포드(GIGAPOD)'라는 이름으로 판매중인 오피스하드는 지난 2008년에는 기술력과 사용성, 편의성 등을 인정 받아 일본 컴퓨터소프트웨어 협회 얼라이언스 대상 최우수상과 일본 정보화 촉진 공헌 정보처리시스템부문 의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용자환경(UI) 및 사용자경험(UX) 전문기업인 투비소프트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데 주력한 경우다.
투비소프트는 이를 위해 현지 대형 시스템통합(SI) 기업을 파트너로 삼아 '(현지에서 믿을 수 있는) A기업이 선택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과의 성공사례를 활용하고 매년 세미나를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도 힘썼다.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브랜드 파워와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투비소프트는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NRI), 히타치솔루션즈, NTT콤웨어 등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기업 콘텐츠 관리(ECM) 기업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파트너에 철저히 힘을 실어줬다. 일반 판매 대리점 계약보다 독점 판매 대리점 계약을 목표로 했다.통상적인 판매 대리점보다는 독점 판매권을 부여한 경우가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에서다.
판매이익에 대한 지원도 과감했다. 일반적인 50 대 50이 아니라 판매 대금의 70%를 독점 판매 대리점에 부여한 것이다. 유통과 판매 채널에 대해서는 독점 판매 대리점에 철저히 힘을 실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일본 내 50여 개의 파트너, 40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매년 20%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원격제어 솔루션 기업인 알서포트는 원격지원 및 제어라는 서비스 형태의 특성상 판매와 유통채널에 대한 정보를 얻을 곳이 없어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회고했다.
알서포트가 일본 시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오게 된 계기는 일본 고객들이 SW 도입에 있어 성능보다는 보안에 중점을 둔다는 사실을 간파한 때부터다. 제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보안 장비와의 호환성으로 기술력을 강조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본 시장조사 기관인 믹경제연구소의 원격지원 SW 시장조사에 따르면 알서포트는 이 분야에서 71.2%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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