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기아차의 해외 누적 판매 대수가 이르면 내달 5천만대를 돌파한다.
20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 누적 판매량은 4천830여만대로, 현대차와 기아차 양사의 월 평균 해외 판매량이 50만~60만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경우 오는 3월까지 해외 누적판매 5천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76년 현대차가 한국 자동차 첫 고유모델인 '포니' 6대를 에콰도르에 처녀 수출하고, 기아차가 1975년 '브리사 픽업' 10대를 카타르행 운반선에 선적한 이후 40년이 채 안돼 이룩한 결실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이 이미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산업기반을 극복하고 달성한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한국 자동차산업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변방에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70년대 중반 첫 수출 후 40여년 만에 5천만대 달성
5천만대는 글로벌 시장에서 830만대 이상 판매된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 아반떼를 한 줄(전장 기준)로 세우면 지구를 5.7바퀴 돌 수 있는 수치다.
현대·기아차가 첫 해외 수출 이후 해외 누적판매 1천만대를 돌파하기까지는 27년이 걸렸지만, 2천만대까지는 1천만대 돌파 이후 5년만인 2006년에 달성했다.
이후 해외 판매 대수는 가속도를 내며 2009년 3천만대, 2011년 4천만대를 연이어 경신했고, 5천만대 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 기록 경신에는 수출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지난해 말까지 현대·기아차 누적 수출은 3천147만대에 달했다. 현대차가 1천942만대, 기아차가 1천205여만대를 각각 수출했다. 이는 작년 말 현재 현대·기아차의 전체 해외 누적 판매 4천833만대의 3분의 2에 달한다.
해외 판매 차종과 판매 국가를 비약적으로 늘린 것도 한 몫 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된 19개 모델(상용차 제외)을 해외 185개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특화 생산·판매되는 현지 전략 차종도 18개를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18개 모델(상용차 제외)을 전 세계 166개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8개 해외 전략 차종을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할 만큼 차량 및 지역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한 해외 현지 생산·현지 판매 체계도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선전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관세와 비관세 등 무역장벽을 극복하고, 현지 고객 맞춤형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2002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에 나서 10년만인 지난해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그 결과 미국 60만대, 유럽 60만대, 중국 144만대, 인도 60만대, 터키 10만대, 러시아 20만대, 브라질 15만대 등 생산체계를 갖췄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격전장인 미국에서 작년 말 기준 1천220만대를 웃도는 누적 판매 실적을 나타냈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말까지 660만대를 상회하는 차량을 판매했다.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기여
해외 누적 판매 5000만대 돌파를 눈 앞에 둔 현대·기아차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며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분야가 수출과 일자리다.
자동차산업은 대한민국 경제 기여도가 상당한 국가 기간산업으로 수출, 무역수지, 고용, 세수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자동차와 부품을 합해 718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금액인 5천481억달러의 13.1%를 차지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 수출은 1.3% 감소했지만, 자동차부품 수출은 6.5% 증가해 2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완성차도 4.1% 늘며 4번째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에도 완성차와 부품은 전년동월 대비 수출액이 각각 24.3%, 21.1% 늘며 같은 기간 11.8% 증가율을 나타낸 대한민국 전체 수출을 주도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재정위기에 따른 EU시장 침체, 중남미 시장 성장세 둔화 등 수출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요 회복세를 보인 미국과 동유럽, 아프리카 등 신흥국 수출 증가와 함께 그랜저 등 고가 차량 수출이 늘면서 대당 수출단가가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자동차산업 직간접 고용인원은 175만여명(2010년 기준)으로 147만여명이었던 2001년보다 19%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총 고용인원이 2천157만명에서 2천383만명으로 10% 가량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보였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가 지난해 한 해 동안 창출한 신규 일자리도 1만5천개에 달할 만큼 고용창출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
아울러 2010년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생산액 1천502조4천억원 중 11.4%에 달하는 170조8천억원, 부가가치 역시 제조업 전체 480조2천억원 중 10.6%를 웃도는 50조7천억원이 자동차산업에서 발생했다.
국가 운영의 기반이 되는 세수 측면에서도 기여도가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국세청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11년 자동차 관련 세금은 38조1천830억원으로, 같은 해 우리나라 전체 세수 238조원의 16%를 차지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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