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NHN의 게임사업본부인 한게임이 13년만에 독립적인 법인으로 게임사업을 진행한다.
NHN은 6일 이사회를 열고 게임사업본부인 한게임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분할방식은 사업의 독립성, 책임과 권한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는 인적분할 방식이다. NHN은 향후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한게임의 분할을 진행할 예정이다. NHN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지주회사 설립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게임은 지난 1999년 설립된 이후 2000년 포털 네이버와 합병하면서 NHN의 게임사업본부로 게임사업을 이어왔다. 이후 고스톱이나 포커류 위주의 웹보드게임을 서비스했고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진행했다. 한게임의 연매출 규모는 6천억원이상 이다.
네이버가 1등 포털 사이트가 되기 전까지는 한게임이 NHN의 주요 매출원 역할을 했다. NHN은 한게임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네이버의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결국 네이버는 국내 1등 포털 사이트로 자리잡았지만 한게임이 경쟁 게임회사들과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회사 내 한게임 입지도 좁아졌다.
한게임이 웹보드게임에서는 매년 수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외산 대작게임 '반지의 제왕'과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을 들여와 서비스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현재 한게임에서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가운데 의미있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게임은 '테라'와 '야구9단' 정도 뿐이다.
워낙 매출 비중이 웹보드게임에 편중됐기 때문에 부작용도 심했다.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한게임의 웹보드게임이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1등 포털 네이버를 서비스하는 회사가 사행심을 조장하는 웹보드게임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이미지가 NHN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셧다운제 등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생겨난 규제안들도 NHN에는 부담이다.
NHN 사정에 정통한 게임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게임과 네이버가 합병한 이후 처음에는 한게임 출신 인사들의 힘이 더 강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영향력이 확대된 이후에는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조직을 장악했다"며 "한게임 출신들은 자신들이 번 매출로 성장한 네이버가 자신들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을 못마땅해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NHN은 한게임 분사라는 카드를 꺼냈다. 한게임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시키면서 한게임으로 집중되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롭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한게임 입장에서도 NHN과 같은 조직에서 게임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게임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은 트렌드가 급변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아직 분할될 한게임을 책임질 임원진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업계는 이준호 NHN COO가 이사회 의장을, 현 한게임 대표인 이은상 대표가 계속해서 대표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게임의 분사 이후 행보도 관심사다. 한게임은 상반기 중으로 온라인게임 '던전스트라이커', '아스타', '크리티카' 등을 서비스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게임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NHN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한 모바일게임 서비스도 이어갈 예정이다.
또 주목할만한 점은 NHN이 한게임과 NHN의 관계사인 웹젠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합병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웹젠은 NHN이 최대주주인 게임회사로 '뮤'와 'R2', '아크로드'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도 NHN게임스 출신이라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웹젠 측은 합병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웹젠 관계자는 "기존에도 웹젠과 한게임은 별개로 운영됐던 회사"임을 강조하며 합병설을 일축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