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외신에 흥미로운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구글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브린이 뉴욕 지하철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용 보잉 767 전용기가 있는 그가 왜 뉴욕의 지하철에 허름한 차림으로 나타났을까?
구글의 글래스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 노아 저킨은 그가 구글 글래스를 테스트 중이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사실 당시에는 무선 네트워크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제대로 작동 중이라면 브린은 위치 정보와 구글 검색 데이터를 통해 보이는 장면에 대한 정보를 계속 받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브린은 전에도 프로토타입을 끼고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다니면서 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2012년 구글 I/O 컨퍼런스에서는 스카이다이버들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나타나면서 개발자들에게 공개되고 많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사실 구글 글래스는 구글의 미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구글 X'에서 나온 작품 중 하나이다.
개발자들에게 1,500달러 수준에 올해부터 제공될 것으로 알려진 이 장치는 사실 아주 초소형의 증강 현실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치는 사실 증강현실 분야의 발전과 함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라는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공군 조종사를 위한 조종석 유리에 비치는 정보 디스플레이 방식이 자동차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고, 이미 2012년 기준으로 6종의 안경 타입의 디스플레이가 시장에 나와 있다.
◆구글 글래스 등 미래형 디스플레이 연이어 등장
올해 CES에서는 뷰직스(Vuzix)가 스마트 글래스 M100을 소개하면서 구글 글래스에 도전장을 내 밀었다. 안드로이드 4.0 기반에 WQVGA 해상도 (400x240), 16:9 화면 비율, 1GHz CPU와 1GB RAM과 4GB 내부 메모리의 스펙을 가진 이 제품은 사진과 720p의 HD 영상을 녹화할 수 있다.
이 보다 더 미래형의 디스플레이는 2008년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에서 토끼의 눈에 장착한 콘택트 렌즈이다.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지원하거나 운전 중에 정보를 보거나 이동 중에 웹을 서핑하는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래형 렌즈이다. 워싱턴 대학팀은 처음으로 전자회로와 붉은 색 LED가 삽입되고, 생물학적으로 안전한 렌즈를 미국전기전자공학회 마이크로 전자기계 시스템 컨퍼런스에 발표했다.
이 기술은 수 나노미터 두께의 금속층으로 회로를 만들고 LED를 1/3 밀리미터 길이로 만들어 이를 휘어지는 플라스틱 표면에 장착했는데, 이 때 ‘자가 조립’이라는 미세가공기술로 각 부품이 자동으로 자기 자리를 차지하도록 했다고 한다.
2011년에 이를 개선한 결과를 다시 저널에 발표했는데, 무선 전원으로 통해 살아있는 눈 위에 하나의 픽셀 정보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에는 투명한 사파이어 칩 안에 푸른 색 LED를 사용했다.
2012년 12월에는 벨기에 겐트 대학의 마이크로시스템즈 기술 센터에서 실제 눈에 삽입 가능한 LCD 기반의 콘택트 렌즈 디스플레이를 발표했다. 하나의 픽셀만 가능했던 워싱턴 대학과 달리 LCD 위에 글자와 부호를 다양한 크기로 표시할 수 있을 정도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방식의 렌즈는 빛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빛이 들어가게 프로그래밍함으로써 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빛의 밝기에 따라 색을 변하게 하는 선글래스나 눈의 색깔을 변하게 하는 미용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일상 활용-건강- 프라이버시 등 보완 과제도 많아
이러한 미래형 증강 시각을 위한 기술에는 아직 해결할 숙제가 많다. 첫 번째가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눈에 띄는 부자연스러움이다. 특히 구글 글래스 같은 안경을 장착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사람들에게 멋지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거슬리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나에 대한, 또는 물건이나 작품에 대한 정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은 매우 도발적인 기분을 줄 수 있다.
2012년 7월 파리의 맥도날드에서 이와 같은 ‘아이탭 디지털 아이 (EyeTap Digital Eye)’라는 증강 현실 안경을 장착하고 있던 스티브 만 박사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은 것은 아직 사람들의 감성이 이러한 모습에 긍정적이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두 번째는 건강 문제다. HMD를 써 본 사람들은 느끼지만 아직 우리 눈으로 자연스럽게 보이는 장면 외에 덧붙이는 정보나 확장된 시각은 어지러움 증이나 방향 감각 상실을 줄 수 있다. 이는 증강현실이나 몰입형 가상현실에서 많이 확인된 사실이다. 더군다나 렌즈 형은 아직 우리 눈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가 입증된 것이 아니다.
세 번째는 어떤 정보를 문맥에 맞게 적절한 수준으로 제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구글이 갖는 기존의 개인화 기술과 사용자의 행태 분석을 통해 이를 많이 개선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용자가 현재 문맥에서 어떤 정보를 원하는 지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
물론 몇 가지 제스처나 음성 명령을 통해 원하는 정보 범위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고 구글 글래스 처럼 추가 정보를 음성을 통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은 머리 속 뼈를 통한 소리 전달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정보가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 정보라면, 기존 방식이 더 편안하고, 다른 사람을 덜 거북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프라이버시 문제이다. 이는 글래스나 렌즈를 끼지 않은 상대방의 프라이버시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인 자체의 프라이버시 문제이다. 구글 글래스의 경우 내 행동과 위치가 늘 노출되어야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내 생활의 모든 것은 다 구글에 제공하는 것을 과연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원할 것인가?
터미네이터나 슈퍼히어로 같은 시각 능력을 갖추려는 인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지만, 이런 노력이 주는 혜택에 대한 명확한 목적과 우리 일상에서 얻을 수 킬러 앱이 나타날 때까지 아마 7~8년은 더 걸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는 소방관이나 군인, 매우 험난한 특수 환경에서 정보 취득이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첨단 기기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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