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2015년 국민은행이 한국IBM과의 메인프레임 계약 종료를 앞두고 2년이나 앞선 오는 6월 재계약 여부를 결정키로 함에따라 메인프레임 장기 공급 계약인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의 비용 효율성 문제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IBM OIO 계약은 계약기간 동안 비용을 나눠서 지불하도록 한 것으로 초기에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고가의 솔루션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과 유지보수, 서비스, 컨설팅 등을 장기 계약으로 공급한다는 특성 때문에 OIO 계약은 IBM 하드웨어 중 메인프레임에 국한된 계약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은행이 OIO 계약의 경직성을 염두에 두고 계약 종료를 2년이나 남기고 메인프레임 존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함에 따라 IBM OIO 계약의 문제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비씨(BC)카드는 OIO 계약을 바탕으로 메인프레임 기반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했지만 중도에 개발을 포기하면서 한국IBM과 계약 파기에 따른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OIO 계약은 일반적으로 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비쌀 수록 할인율이 높아져 3~5년의 기간을 두고 계약을 진행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7년 간 2천100억원 규모의 OIO 계약을 맺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IBM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OIO 계약은 중간에 계약을 파기할 경우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메인프레임이 기본적으로 폐쇄된 환경이라 '벤더 종속(Lock-In)'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계약 수정시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 당시 장비 규모를 정확히 산정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은행 오는 6월 차기 시스템 기종 선택
국민은행은 현재 2015년 종료되는 IBM과의 메인프레임 계약을 갱신할 것인지, 아니면 유닉스 플랫폼으로 시스템 규모를 줄일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계약 종료 2년 전인 오는 6월까지 차기 전산시스템 기종을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의사결정을 위해 지난 해 IBM에 OIO 계약 갱신에 따른 비용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향후 전산장비 도입시 전체 감가상각비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시스템 기종을 선택하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한국IBM은 이에 대한 답변을 미루고 있다. 이유에 대해 한국IBM 관계자는 "국민은행과의 계약 관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만 답했다.
IBM이 비용 가이드라인 제시를 미루는 이유는 미리 가격 협상을 벌이게 될 경우 최대의 메인프레임 고객사인 국민은행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IBM 입장에서는 미리 가격을 제시하는 것보다 최대한 늦춰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계약 종료 시기에 임박해 계약 갱신을 종용하는 것이 재계약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민은행이 메인프레임 존속 여부를 미리 결정하려는 것은 이같은 IBM의 의도를 읽고 가격 협상 실패에 따른 계약 불발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 의사결정을 해 기존에 운영하던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으로 재구축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측은 "계약 만료 시점에 가서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것보다 미리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다른 시스템으로의 전환(다운사이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IBM OIO 계약 무엇이 문제일까?
국민은행이 이같이 준비를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유연하지 못한 OIO 계약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IBM이 비용 효율이라는 점을 앞세워 큰 초기투자 비용이 필요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체 감가상각비를 고려했을 때 결코 비용 효율적이지 않은 계약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M의 메인프레임 OIO 계약이 시스템 도입부터 유지보수, 시스템운용서비스, 컨설팅 등을 모두 제공하는 것이라 일면 편리할 수 있지만, 고객의 상황과 환경이 바뀔 때는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하는 계약 관계"라고 지적했다.
OIO 계약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는 부분은 계약 체결 당시 장비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스템 개발 도중 CPU의 추가적인 수요가 발생하거나 업그레이드 이슈가 있을 때에는 계약을 수정해야 한다. 계약이 변경되면 초기 계약 때보다 더 비싼 가격에 장비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고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활용과 업무 개발을 위한 환경을 원하더라도 중간에 계약을 파기할 수 없어 계속해서 메인프레임 기반의 전산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메인프레임의 경우 타 시스템과의 호환이 어렵기 때문에 IBM 솔루션만 활용해야 하는 벤더 종속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게다가 중도에 OIO 계약을 파기할 때에는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계약 파기에 따라 장비 및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와 서비스 비용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계약 관계에 따라 전체 계약 금액에 버금가는 돈을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씨카드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 중단 사건이다. 비씨카드는 당초 메인프레임을 기반으로 640억원 규모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비씨카드는 한국IBM과 메인프레임 서버를 비롯한 전산장비를 향후 6년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OIO 계약을 맺었었다.
그러나 비씨카드는 프로젝트 부실로 인해 사업 중단을 선언했고, 더이상 메인프레임이 필요없어지면서 한국IBM에 계약파기를 요청했다.
한국IBM은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으로 2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예산 규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을 위약금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비씨카드는 이에 불복해 현재 한국IBM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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