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 대선패배 교훈 못 얻으면 국민께 죄 짓는 일"

[정미하기자]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두고 주류-비주류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쓴소리를 했다.

손 고문은 이날 오후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개최한 신년회 인사말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서로의 탓으로 미루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는 안된다"며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가슴을 치며 '내탓이오'를 외쳐야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손 고문은 "지난 일을 무조건 덮고 단합만 외치는 것 또한 옳은 자세가 아니다"라며 "혁신과 쇄신이 계파간 싸움의 구호로 전락해서도 안되며 정체성과 선명성이 국민의 삶과는 무관한 주도권 쟁투의 도구로 이용되서도 안된다. 철저한 반성과 성찰 속에서만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 고문은 "계사년 뱀띠의 교훈은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가 아니라 허물을 벗고 새로운 생명을 얻는 뱀의 모습에 있다"며 "정권교체에는 실패했어도 새 시대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우리의 의지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가치"라고 말했다.

손 고문은 "아직 다음 정권교체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오직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몸을 낮춰 반성할 때이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잘 해주길 축원할 때"라고 했다.

그는 "함께 잘 사는 나라의 과업이 결국 우리 어깨로 넘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하고 지금부터 그 준비를 해야한다"며 "이를 위한 비전과 전략 준비를 게을리 하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도 했다.

손 고문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바람을 드러냄과 동시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손 고문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 잘해주길 바란다. 중소기업부터 찾고 민생정부를 지향하는 자세는 칭찬받을 일"이라며 "잘 하는 일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며 성원과 축복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손 고문은 "대선 결과에 대해 많은 국민이 좌절하고 있고 인수위 출범과정에서 보인 모습에 우려를 금치못하고 있는 것도 명심해야한다"며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펼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국민 대통합이 구색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손 고문은 독일로 출국해 향후 자신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내걸었던 '저녁이 있는 삶'의 내실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과 유럽에서 성찰과 모색의 시간을 가지면서 '저녁이 있는 삶'의 내용을 충실히 채우고 새로운 사회 건설의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손 고문은 "이제 어떤 공식적인 지위나 권력을 담은 직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그동안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을 화두로 삼으면서 전국의 산길을 걷고 국민과 대화했다"며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대선 실패의 교훈을 디딤돌 삼아 새로운 내일을 설계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비전을 세우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 고문은 "박근혜 정부의 현재와 미래도 결국 우리의 몫"이라며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우리가 져야하듯 박근혜 정부의 잘잘못도 모두 우리가 수호하고 책임져야할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는 15일 손 고문이 독일로 출국하기 전 국내에서 참석하는 마지막 공식 행사로 동아시아미래재단 김성수 이사장, 김영철 대표를 비롯해 신학용·최원식·이춘석·이찬열·임내현·김우남·이용섭·서정표·오제세·박혜자·이언주 의원과 전혜숙·김유정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손 고문의 지지자 300여명도 참석해 자리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