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논산 훈련소 생각난다."
개그맨 남희석이 24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솔로대첩' 현장 사진을 보고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남희석은 '솔로대첩'의 현장 분위기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반란을 꿈꾸던 솔로들의 염원은 운영미숙과 성비 불균형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3천500여명의 참가자들(경찰 추산)의 열기보다 취재진의 열기가 뜨거운듯했다. 축제의 주인공이 되지못한 참가자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쏟아냈다.
◆시작은 좋았다
'솔로대첩'은 '페이스북 페이지'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님연시)의 이용자들이 기획했다.
각각 남녀로 갈려 양편에서 대기하다가 진행자가 신호를 보내면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달려가 손을 잡으며 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여의도공원측이 안전관리 대책 미비하고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행사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성추행을 우려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님연시측은 여의도공원에 신고 하지 않아도 되는 '플래시몹' 형태로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행사 방식은 양편으로 갈라선 남녀가 알람이 울리면 걸어나와 "산책하서 오셨어요"나 "같이 걸으실래요"같이 말을 건네는 형식으로 바꼈다. 남성은 하얀색, 여성은 빨간색 의상을 입기로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400여명의 경찰병력도 투입됐다
행사 한 시간전까지 여의도공원은 소셜축제의 현장이었다. 남성이 훨씬 많아보이긴 했지만 힙합 공연을 펼치는 청년들도 있었고, 우주복같은 독특한 의상을 착용한 참가자들도 있었다.
내년에 대학에 입학한다는 백승렬 씨(20)는 "'솔로대첩'은 수많은 사람과 동일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며 "그동안 쌓인 입시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리겠다"고 말했다.
빨간색 목도리와 미니스커트로 멋을 낸 대학생 이지희 씨(21)는 "오늘 인연을 만나면 영화를 함께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맹추위에도 불구 노란 우비를 입고 행사 지령이 적혀 있는 쪽지를 나눠주는 자원봉사단도 눈에 띄었다.
자원봉사단 박보윤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한 달반전부터 200여명의 스텝들이 물심양면 힘써온 이벤트"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수라장이 되버린 '솔로대첩' 현장
3시24분 행사가 시작됐다. 실제 단체미팅 참여자수는 1천여명도 안돼보였고 이중에서 여성 참가자는 극히 적었다. 먼발치서 구경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취재 경쟁이 취열해 취재진이 참여자를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행사가 시작되자 남성 참가자들이 우르르 한 여성 참가자에게 다가가는 풍경이 곳곳에 연출됐다. 행사가 통제되지 않아 참가자들끼리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행사장 곳곳에서 "이게 지금 시작한거야?" "대체 뭐하고 있는거야"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가뭄에 콩나듯 성사된 커플에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 됐다. 솔로들의 낭패감은 더욱 커졌다. 가끔 '지령 쪽지'를 건네며 여성에게 다가가는 남성 참가자들이 있었지만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명지대에 재학중인 차재환 씨(26)는 "운영이 미숙하고 성비가 맞지 않아 행사가 제대로 성사되지 못한 것 같다"며 "기대만큼의 축제가 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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