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30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부산 중구 남포동 피프광장 유세 현장에서 장애인단체와 박 후보 지지자들 간 충돌이 벌어졌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피프광장에 도착, 곧바로 단상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다. 해가 져 어둑어둑해진 시각, 광장에는 이미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 상태였다.
박 후보는 "밤이 되니 날씨가 더 쌀쌀해 지는 것 같은데 많이 모여 주셔서 감사하다"며 순조롭게 연설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때 군중 한 가운데서 비명소리가 났다.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10여명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올리려다 박 후보 지지자들과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한 남성은 "치아라, (박 후보) 좀 보자"며 "장애인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여기 있는 다른 사람 권리도 존중해야 될 거 아이가"라고 소리쳤고, 또 다른 남성은 "국가에서 주는 돈 받아먹으면서 편하게 살면 조용히 좀 해"라고 외쳤다.
"문재인이 한테 가서도 이런 말 하나? 문재인이 오면 말도 안 하면서 왜 여기와 그라나", "빨갱이들은 가라" 등의 말도 들렸다.
이 과정에서 한 중년 여성은 피켓을 들고 있던 여성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며 "그만해라 이X아"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에 자신을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이라고 소개한 제청란(32.여) 씨는 "박 후보가 온다길래 우리의 주장을 보여드리려 했던 것 뿐인데 지지자들이 이렇게 폭력을 쓸 줄은 몰랐다"며 울분을 토했다.
제 씨는 "우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박 후보 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에게 매일 엽서를 쓰고, 100만인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며 "100일이 넘도록 엽서를 썼지만 박 후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비인권적이고 차별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철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 바탕 소란이 일고 있는 동안에도 박 후보의 연설은 계속됐다.
박 후보는 "저는 이제 저의 마지막 정치여정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바치고 싶다. 국민의 행복이 바로 저의 행복"이라며 "여러분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벌어진 사태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싶다'는 박 후보의 '소망'을 무색케 하고 말았다.
(부산=남포동)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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