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번번히 무산된 제4이동통신사 사업 허가가 이번에는 날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 4이동통신 사업자 허가심사를 염두에 둔 휴대인터넷(와이브로)용 주파수 할당계획을 의결했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지난 10월12일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신청하면서 이에 따른 주파수 할당 계획도 세운 것이다.
이동통신사를 설립하려면 먼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 기간통신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하고, 통신사업을 할 수 있는 주파수를 할당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허가신청 적격심사, 기간통신사업 허가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제껏 사업신청을 했던 대상자들은 재무적 요인 등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탈락했다.
1차 심사때부터 꾸준히 사업허가 신청을 해 온 KMI는 이번에 4수에 도전한다. 그간의 부족한 점들을 메우고 기술 방식도 업그레이드 해 꼭 사업 허가를 받겠다는 의지인데,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KMI의 적격 여부를 떠나 사업 허가 주무기관인 방통위의 존폐자체가 거론되는데다 주력 기술인 와이브로의 미래까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새정부 출범 전까지 심사 돌입도 어려울 듯
방통위는 오는 26일자로 와이브로 용도인 2.5GHz 주파수 40㎒ 폭의 할당을 공고하기로 했다.
규정에 따라 주파수 할당 공고 이후 접수기간은 1개월이며 접수 마감 후 60일 이내에 심사를 통해 허가 신청 적격 여부를 판단해 해당 사업자에 통보해 줘야 한다.
적격 통보를 받으면 기간통신사업허가 심사를 받게 되며 이를 통과해 기간통신사업자의 자격을 갖춰야 주파수를 할당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일정은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제4이통 허가 절차 및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기간은 공교롭게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는 시기와 맞물리는 데다 인수위원회에서 방통위를 중심으로 한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 통신정책 전문가는 "제4이통 설립은 정부가 대단한 부담을 지고 시작해야 하는 사업이다.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사업 권한에 대한 책임을 정부도 일정부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그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대선 이후 정부 조직개편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방통위는 3개월 이후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기관인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런 곳에서 제4이통에 대한 심도깊은 검토와 토론이 이뤄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3차 때의 경우를 비춰볼 때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는 기한 마지막 날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접수 마지막 날인 12월26일에 할당 신청을 하게 된다면 적격 판단까지 최장 60일을 잡을 경우 2월 말이 되는 것이다.
기간통신사업허가 심사 등의 중대한 이슈는 3월 이후 새 정부 조직에서 담당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방통위의 손을 떠난다는 얘기다.
◆갈길 잃은 와이브로, 제4이통 '힘' 안돼
와이브로 기술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제4이통의 미래를 막막하게 하고 있다.
제4이통 사업허가 신청을 한 KMI는 '와이브로 어드밴스드'라 칭하는 IEEE 802.16m 기술표준을 채택, 전국망 사업을 하겠다고 방통위에 밝힌 상황. 할당 대상 주파수인 2.5㎓ 대역 40㎒ 폭도 '휴대 인터넷'으로 용도가 규정돼 있어 와이브로 사업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하지만 정작 와이브로는 세계 시장에서 LTE에 밀려 입지가 좁아져 간다는 지적이 높다.
국내 최대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의 표현명 사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와이브로는 단말기나 장비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TD-LTE로 전환하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최근 두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내고 와이브로의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면서 대안 기술로 TD-LTE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전파정책기획과 오용수 과장은 "와이브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활성화 시키겠다는)기존과 달라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오 과장은 "물론 세계 트렌드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연구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의 이같은 단호한 입장에도 후발 사업자인 제4이통이 와이브로를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선 방통위라는 부처의 의지와 앞날이 불투명한 와이브로라는 기술을 쥔 제4이통의 출범은 이번에도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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