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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엔 싸게…애플의 특허戰 속내는?


대당 6~8달러…"분쟁 대신 협상으로 전환" 전망도

[김익현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에 지불했던 대당 5달러보다는 많았다. 하지만 애플이 당초 요구했던 로열티에 비해선 크게 낮아진 수준이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간) 애플과 특허소송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HTC가 스마트폰 한 대당 8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애플인사이더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애널리스트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애플과 특허소송 중인 삼성이나 모토로라 역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망됐다.

◆HTC, MS 로열티 보단 많지만 납득 가능한 수준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것은 스턴 에이지의 쇼 우 애널리스트. 쇼 우는 이날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볼 때 HTC가 애플에 지불하기로 한 로열티는 스마트폰 한 대당 6~8달러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HTC가 2013년 출하할 스마트폰이 3천만~3천500만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이번 합의를 통해 내년에 1억8천만~2억8천만 달러 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는 HTC가 애플에 지불하기로 한 로열티가 당초 요구 수준보다 크게 낮은 점에 주목했다. 역시 애플과 특허 소송 중인 삼성이나 모토로라가 전격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쇼 우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비슷한 제품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면서 "따라서 애플이 자신들이 개발한 지적재산권으로 일정 정도의 라이선스 매출을 올리는 것은 공평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물론 스마트폰 한 대당 6달러는 HTC가 MS와 합의한 로열티 보다는 많다. 하지만 HTC의 백기 선언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다. 그 정도면 HTC가 충분한 용인할 만한 수준이란 얘기다.

특히 애플이 지난 2010년 삼성에 요구한 로열티 수준과 비교하면 파격적으로 낮은 편이다.

◆애플, 삼성엔 스마트폰 한 대당 30달러 요구

지난 8월 특허 소송 당시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애플은 2010년 10월 삼성에 스마트폰 한 대당 30달러, 태블릿 한 대당 40달러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애플은 또 삼성이 크로스 라이선스할 경우 로열티를 20% 할인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당시 애플은 갤럭시 폰 외에 바다나 심비언 운영체제를 이용한 삼성의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로열티를 요구했다.

애플은 당시 삼성이 자신들에게 지불해야 할 로열티 규모가 약 2억5천만 달러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애플은 이런 내용을 담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2010년 10월 5일 삼성 측에 보냈다.

물론 애플의 이 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두 회사는 특허 소송을 벌이게 됐다. 애플은 특허 소송 당시 피해보상액으로 25억달러를 요구했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애플이 HTC로부터 받는 로열티는 삼성에 요구했던 대당 30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애플 입장에선 파격적으로 낮은 수준인 셈이다.

여기서부터 또 다시 복잡한 계산법이 가동된다. 애플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HTC와 합의한 의도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다.

◆블룸버그 "애플, 안드로이드와 핵전쟁 포기 신호"

뻔한 얘기지만 둘 중 하나다.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HTC와의 소송을 빨리 정리하고 난 뒤 삼성, 구글과의 싸움에 좀 더 주력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팀 쿡 체제로 전환된 이후 특허 소송에 대한 기본 입장이 '결사항전'에서 '적정 수준의 대가 취득' 쪽으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의 이번 합의는 전략이 바뀐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HTC와의 이번 합의는 스티브 잡스가 선호했던 핵전쟁(thermonuclear war)을 포기하고 특허 분쟁을 해결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애플인사이더 역시 HTC가 애플에 스마트폰 한 대당 8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한 것이 사실이라면 삼성이나 모토로라와의 특허 분쟁 역시 법정 밖 합의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행보 역시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팀 쿡은 지난 8월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전화 협상을 통해 특허 분쟁과 관련된 논의를 하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을 파괴해버리겠다"고 선언했던 잡스 시절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행보다.

따라서 애플이 HTC와의 특허 분쟁을 종료한 것은 전략이 바뀐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HTC 영향력 감퇴로 소송 목적 달성" 판단했을 수도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애플이 특허 전쟁을 벌인 목적은 소송을 통해 상대를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HTC는 애플과 지리한 소송을 계속해 오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이 급속도로 감퇴했다.

IDC 자료에 따르면 1년 전 10%를 웃돌던 HTC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분기엔 4% 내외까지 떨어졌다. 애플 입장에선 소송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볼 여지도 적지 않다.

삼성은 다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 업체로 올라섰다. 게다가 애플과의 소송 이후 시장 영향력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이 HTC와는 다른 전략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예상보다 낮은 로열티 수준으로 HTC와의 특허 전쟁을 끝낸 애플. 과연 삼성에는 어떤 전략을 들이댈까? 갈수록 과열되고 있는 스마트폰 특허 전쟁을 지켜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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