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리기자] '사업자 자율규제 촉진'을 강조한 정부의 인터넷 본인확인제 위헌 후속대책이 이용자 표현의 자유에 또 다른 멍에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건전한 인터넷 게시판 문화 조성을 위한 대책'이 정부가 자율규제를 촉진한다는 명분 아래 사업자들에 압박을 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통위는 사업자의 자율규제 실시 현황과 실태를 분석,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사업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경우, 피해자가 손해 배상을 청구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때문에 사업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강도 높은 모니터링으로 또 다른 사적 검열의 가능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포털 업계 전문가는 "사업자 자율 규제에 맡긴다는 말은 곧 포털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라며 "정치 집단의 요구 뿐 아니라 사업자 스스로 자율규제의 공포에 질려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세게 모니터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적 규제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사적 규제 과잉으로 이어질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또 다른 사적 검열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개입 없이 진정한 자율규제로서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으로 정부의 규제 부담은 피했지만 과도한 자체 검열로 인해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업자들이 안전하게 피하고 자율 규제가 온전히 정착하기 위해선 미국의 '세이프 하버' 조항과 같은 면책 조항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털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방통위 후속대책에 사업자 판단에 따라 임시조치를 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감면한다는 내용이 언급돼있으나 여전히 법적 근거는 없다"며 "사업자가 불법 게시물을 유통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자율 규제에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서는 안되며 헌법재판소의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이 올바르게 해석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자율규제 활성화를 왜 정부가 앞장서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헌법재판소의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 취지는 규제라는 것이 애초에 불필요하다는 것인데 정부는 위헌 결정으로 규제 공백이 생긴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사업자 자율 규제 활성화 촉진을 내세우지만 정부가 주도해 인터넷을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정부가 자율규제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진보넷 오병일 활동가는 "행정기관의 심의가 이뤄지는 환경에선 자율규제가 성숙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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