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현재도 진행형이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양한 세그먼트와 장르로 차종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최근 들어 미니는 우리나라에서 20, 30대 젊은 층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미니는 다양한 장르로 차종을 넓히면서도 '모자'를 연상하게 하는 외관디자인 철학은 일관되게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시승한 차량, '미니 쿠퍼S 쿠페'는 미니의 DNA를 과감하게 버렸다.
BMW그룹 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남대문에서 만난 '미니 쿠퍼S 쿠페'는 빨강색과 회색 루프의 투톤 칼라를 적용, 회색빛 도시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키홀더의 차량 개폐버튼을 눌러 도어를 열자 외관과는 달리 인테리어는 미니의 DNA를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센터페시아 중앙으로 이동한 커다란 둥근 원형의 속도계, 앙증맞은 4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그 아래 상대적으로 작은 타고미터, 기존 스타일을 거부한 각종 차량 조작 버튼이 미니임을 한 눈에 보여줬다.
시트에 앉아 키홀더를 홀더에 꽂고 시동버튼을 누르자 1.6리터(ℓ)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이 '그르렁' 대기 시작했다.
엔진음이 지난 1월 시승한 디젤 쿠퍼 SD와는 비슷하면서도 웅장하고 경쾌하다. 디젤로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미니 쿠퍼S 쿠페는 가솔린 차량이다.
서울 도심 저속 구간에서 이 엔진은 마치 우주선의 비행음과 비슷한 부밍음을 내면서 속도를 낼 것을 요구했다.
경부고속국도에서 엔진의 요구대로 가속 패달을 밟았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4.5㎏·m에 달하는 1.6터보엔진은 금새 2천rpm에서 시속 100km를 찍었다.
미니 쿠퍼S 쿠페의 제로백이 7.1초임을 감안할 경우 그리 놀랄만한 수준은 아니다.
차량이 뜸한 평택-제천 고속국도에서 가속패달을 깊숙히 밟자 미니 쿠퍼S 쿠페는 120km(2천500rpm), 150km(3천rpm), 170km(3천500rpm), 190km(4천rpm)를 기록하더니 최고 속도인 225km(4천800rpm)에 다달았다. 시속 100km에서 최고속도까지 올리는데 걸린 시간은 25초 정도로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
그로 그럴것이 미니 쿠퍼S 쿠페는 철저하게 운전과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를 위해 탄생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차량이 시속 80km를 넘을 경우 차체에 수납된 스포일러가 자동으로 올라온다. 이 스포일러는 차량 속도가 다시 80km 아래로 떨어지면 스르르 자동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룸미러로 보인다.
여기에 폭 205mm, 편평비 45%, 사이즈 17인치의 알로이 휠이 탄탄한 주행성과 코너링을 제공한다. 차체(전장×전폭×전고, 3천734×1천683×1천384mm)가 작아 고속 주행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철저하게 운전하는 즐거움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나온 모델이기에 중저속이나 고속에서도 흔들림없는 주행성을 자랑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편평률로 오프로드나 불규칙한 온로드에서는 다소 승차감이 떨어진다.
미니 쿠퍼S 쿠페는 '손맛'을 위해 6단 자동 스텝트로닉 변속기에 수동기능과 스포츠 주행모드를 적용했고, 스티어링 휠 양쪽에도 패들쉬프트 기능을 탑재했다. 운전대에는 시속1km 씩 조정되는 크루즈 컨트롤(정속주행) 기능도 있다.
2인승의 미니 쿠퍼S 쿠페는 가족을 위한 차량은 아니다. 연인이나 친구와 여행에 적격인 차량이다.
2열 공간은 1열 레그룸과 트렁크에 할애됐다. 1열 레그룸은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면 성인이 앉아서도 다리를 쭉펼 수 있다.
다른 미니는 트렁크가 트렁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좁고, 짐을 실을 경우 2열을 접어야 하른 불편함이 있지만 미니 쿠퍼S 쿠페는 280ℓ의 대용량 트렁크를 갖추었다.
트렁크에는 대형 스키쓰루가 있어 스키는 몰론, 스노우 보드 등 부피와 길이가 긴짐도 적재 가능하다.
미니 쿠퍼S 쿠페가 철저하게 운전하는 재미를 제공한다고 해서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연비는 ℓ당 15.2㎞으로 최근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2천26원)을 고려할 경우 연료탱크(50ℓ)를 가득 채울 경우 10만원이 조금 더 든다.
이번 시승에서 주행한 거리가 총 507km 정도다. 차를 반납할 당시 타고미터 안에 있는 작은 디지털 속도계 아래 마련된 사다리꼴 미터기에 현재 연료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92km였다.
남은 연료로 달리 수 있는 거리는 차량 속도와 운전하는 방식에 따라 순간순간 변하지만, 여하튼 이번 주행에서 한번 주유로 모두 599km를 달린 셈이다.
연료탱크를 가득 채울 경우 산술적으로는 주행 가능거리가 760km지만, 타고미터에는 670km 정도가 찍힌다. 실제 주행 거리와도 큰 차이가 없고, 정속 주행을 할 경우 이보다 연비는 더 올라 간다.
중형 차량으로 이 정도 거리를 주행할 경우 두번 주유가 기본인 점을 감안하면 미니 쿠퍼S 쿠페는 연비가 우수한 편이다.
아산만이 시작되는 충남 당진 송산면 들녘에서도 미니 쿠퍼S 쿠페는 크게 이색적이지 않다.
전면부의 메쉬(그물) 타입의 라디에이터그릴과 대형 헤드라이트, 매끈한 측면에 빨간색 S로고로 멋을 낸 가니쉬 램프, 마찬가지로 후면부 중앙에 자리잡은 은색의 배기구, 은색의 가니쉬가 리어램프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미니 쿠퍼S 쿠페는 가을이 오면서 노랗게 변하기 시작한 가을 들판과도 잘 어울린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미니 쿠퍼와 미니 쿠퍼S 쿠페의 차량 가격은 각각 3천700만원, 4천180만원.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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