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아케이드게임 심의를 민간에 이양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자유로운 게임 콘텐츠 창작을 위해 사전 검열을 없앤다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아케이드게임 대부분이 불법 사행성게임이라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케이드게임 민간 심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대한 국고지원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등급분류 업무를 모두 민간으로 이양하고 사후 관리 조직을 새로 출범시키겠다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물의 민간 등급분류는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다. 콘텐츠 창작의 자유를 위해 사전에 게임에 대한 검열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와 정부, 학계의 의견이다. 이미 모바일게임에 대한 사전 검열은 없어졌고 온라인게임 등급분류 민간 이양도 진행중이다.
아직 민간 이양이 결정되지 않은 분야는 아케이드게임이다. 아케이드게임을 개발하거나 유통하는 업체들은 '왜 우리만 사전 검열을 받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행심을 조장하지 않는 '정상적인' 아케이드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는 충분히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케이드게임은 쉽사리 민간에 심의를 이양할 수 없는 분야다.
지난 2006년 한국을 강타한 바다이야기 사태는 게임업계에 '사행성'이라는 굴레를 씌웠다. 지금도 게임물등급위원회가 게임 등급분류를 진행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가 '사행성' 부분이다.
현재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집중 관리하고 있지만 사행성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통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체이용가 게임으로 심의를 받은 뒤 불법 개변조를 통해 버젓이 사행성 아케이드게임으로 운영되는 게임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아케이드 게임 등급분류 위반 사례가 312건이나 된다. 등급분류를 받은 아케이드게임이 255개에 불과하다. 등급분류 받은 아케이드 게임보다 위반한 아케이드게임이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에 등급분류를 이양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불법 개변조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이 판을 칠 가능성이 높다.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일각에서는 바다이야기 사태가 벌써 6년 전의 일인데 지레 겁먹고 등급분류 미간 이양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케이드게임 업체들은 지난 6년간 게임업계에 전혀 믿음을 주지 못했다.
6년간 지속적으로 아케이드 게임을 개변조해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게임 내용도 바다이야기와 거의 흡사한 바다 배경에 어류가 등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창작의 자유를 위해 반드시 아케이드게임의 민간 자율등급분류가 이뤄져야 한다면, 정부와 사법기관의 강력한 사후관리가 보장돼야 한다.
지난 13일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이 연 토론회에 참석한 세종대 김동현 교수는 "경찰과 게임장의 유착이 심해 제대로 단속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지금의 사후관리 시스템으로는 넘쳐나는 아케이드게임의 사행화를 막을 수 없다.
게임 사후관리 단속반을 조직해 특별사법경찰을 배치, 사법권을 바로 행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경찰청과 합동으로 특별 단속을 실시해 불법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장을 단속해야 한다.
불법 게임장을 운영한 사람에 대한 처벌도 보다 강력해져야 한다. 일본에는 사업장 허가시 법을 어기면 향후 5년간 동종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대응책이 마련돼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쉽사리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6년 게임업계는 바다이야기 사태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지금도 그 망령이 떠돌면서 '게임=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지 않아야 한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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