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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 산기협 부회장 "중소기업 동반성장, R&D 투자 노력 있어야"


"오래 일한 인재들 통찰력 생겨"

[박계현기자]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길은 R&D 밖에 없습니다."

윤동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수석부회장(한국콜마 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한테도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중소기업들도 투자를 안하니까 자신감이 없는 것"이라면서 "중소기업은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사람 투자, 시간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동한 부회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서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의사결정 속도를 갖고 있다"며 "주문자상표생산방식(OEM)이 아니라 제조자개발방식(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을 통해 자신들의 것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동한 부회장이 1990년 설립한 한국콜마는 이러한 ODM 철학의 산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콜마는 전기(2011년 4월~2012년 3월) 매출 3천245억원, 영업이익 221억원을 달성한 중견기업으로 주력사업부문은 화장품·제약·건강식품 등이다. 이 중 화장품 부문 매출이 69.7%를 차지한다.

정규직 659명 중 약 3분의 1인 200여명이 R&D 인력이다. 기술연구원 산하에 기초화장품연구소, 색조화장품연구소, 생명과학연구소, 소재연구소, 석오생명과학연구소, 디자인연구소, 품질관리본부 등 7개 조직을 갖췄다.

윤동한 부회장은 "한국콜마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비슷한 실험을 성분을 달리 해가면서 수십, 수백번 실험을 한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국 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현장에서 누가 끈기있게 계속하느냐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중소기업들은 R&D 를 못한다고 하는데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에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오래 하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식품영양학과 나온 박사보다 가마솥에 밥을 오래 본 사람들이 훨씬 더 밥을 잘합니다. 한 가지 일에 매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오래 한 사람들만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됩니다."

인재를 관리하는 윤 부회장의 철학도 남다르다.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 등으로 회사와 인연을 맺은 인재에 석·박사 학위 취득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회사를 떠난 인재들과의 인연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일명 '선녀와 나무꾼' 작전이다.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 날개옷을 감춰두면 떠나지 못하는 선녀처럼 회사가 10년간 공을 들인 인재 역시 쉽게 회사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콜마에는 회사 입사 후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인력이 30여명이 넘는다.

윤동한 부회장은 "우리 같은 회사가 삼성보다 월급을 더 준다고 삼성보다 좋은 인력들이 오진 않는다"며 "기업들이 R&D에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R&D를 할) 우수한 인력이 없다'고 하는데 R&D는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동한 부회장은 일정 기간 회사에서 일했던 인재가 회사를 떠날 땐 반드시 '퇴직면접'을 한다.

"떠나는 사람들에게 '여기에서 일하면서 아쉬웠던 게 무엇이냐'고 물어봅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잘 안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자꾸 물으면 얘기를 해줍니다. 이들 얘기한 부분은 시정하면 됩니다.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가 하드웨어나 돈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CEO가 R&D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이런 노력만 해도 중소기업도 정말 잘할 수 있습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이 과정에서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연구소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산기협은 한국콜마의 사례처럼 산·학·연 협력을 통해 인재를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양대·경북대·부산대·동아대·순천대·충남대 등 6개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오는 11일에는 협회와 공학교육인증원이 양해각서(MOU)를 교환, 산업계의 수요가 대학교육에 반영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다.

윤동한 산기협 부회장은 "제조업의 르네상스가 다시 올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과 거리적으로 가깝고, 산업 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저가제품으로 인식되면서, 고급제품을 만드는 국내 제조업의 성장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한국이 다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실마리는 결국 인재 육성에 있다. 윤 부회장은 "R&D 잘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경영진이 연구원들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콜마에서 일하는 연구소장들은 전부 우리 회사를 다니면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들입니다. 병역특례 5년, 박사과정 공부 5년 하면서 회사가 20년동안 키워낸 인재인만큼 회사, 일에 대한 충성도가 엄청나게 강합니다. 저는 이 분들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자라고 생각합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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