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5, 4, 3, 2, 1"
지난 2005년 5월1일 오전 10시. 서울 성수동 TU미디어 방송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위성DMB 방송 전파가 발사됐다. 이 순간을 지켜보던 TU미디어 관계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넘쳐났다. 20여개 독립제작사의 콘텐츠를 포함 7개 비디오채널, 20개의 오디오 채널의 위성DMB 서비스가 DMB 세상을 열었다.
TU미디어는 2001년 사업 착수 이래 4년여 동안의 준비 끝에 본방송에 들어갔다. 당시 서영길 TU미디어 사장은 "방송 인프라 투자와 방송영상 산업 육성을 위한 콘텐츠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위성 DMB 방송을 성공시켜 콘텐츠와 방송장비, 단말기 등의 해외 수출에도 기여를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TV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위성DMB의 의미는 적지 않았다. CNN 등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의 위성DMB에 대한 소식을 적극적으로 타전했다. 위성DMB 사업 발표는 국제적인 ICT 컨퍼런스에서 단골메뉴가 됐다.
돌아보면 위성DMB는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 돼 무료서비스인 지상파DMB와 경쟁해야 하는 등 어려움에 처했다. 지상파DMB 역시 수익모델 부재로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지상파DMB의 무료서비스는 위성DMB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 수천억을 투입한 서비스지만 강력한 경쟁자와 독자적인 콘텐츠 부재, 그리고 고객들이 원하던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협상마저 지지부진해지며 삼중고에 빠져들었다. 그러는 사이 가입자들이 하나둘 떠났다.
DMB 사업은 정책당국의 지원을 얻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아이만 낳고, 키우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같은 처지인 지상파DMB에 대해서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사업승인을 하지만, '잘 되고 못되는 것은 사업자들의 몫'이라는 시각이다.
위성DMB 사업을 넘겨받은 SK텔링크가 폐업을 신청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전체회의에서 이를 논의한다. 사업 추진 11년, 서비스시작 7년여 만에 위성DMB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한 셈이다.
위성DMB의 쓸쓸한 퇴장은 사업전략 실패와 정책적 지원부재, 그리고 경쟁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일어난 결과일 것이다.
더불어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ICT 시대를 맞아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언제든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DMB를 위해 쏘아 올린 위성은 앞으로 4년 이상 하릴없이 떠 있어야 한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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