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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금융비서②]은행이 손안에 '쏙', 스마트금융이 '대세'


영업점 스마트화, 스마트뱅킹 강화에 은행들 전력 투구

#1.

기계 화면에 나오는 절차에 따라 터치스크린을 꾹꾹 눌렀다. 계좌 신청, 개인 정보 입력, 인터넷뱅킹 신청, 체크카드 신청까지 마치자, 옆에 서 있던 은행직원이 미리 뽑아둔 대기번호표를 내민다.

순번이 오면 창구에서 가입 서류에 서명하는 일만 하면 된단다. 잠시 기다리자니 곧 순서가 왔다. 창구 직원에게 "기계로 이미 계좌 신청을 했다"고 하니 직원이 서류 몇 장을 건넨다. 계좌에 대해 설명을 잠깐 듣고, 서명하고, 체크카드를 받았다. 5분 만에 일사천리로 모든 일이 끝났다.

#2. "남자친구와 애정도 키우고, 금리도 더 받고, 재밌잖아요?" 대학생 L씨는 요즘 남자친구와 인증샷 놀이에 한창이다. L씨는 최근 한 은행의 스마트폰전용 적금이 마음에 들어 가입했는데, 이 적금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남자친구와의 인증샷을 올리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힘 쏟고 있는 스마트뱅킹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영업점의 스마트화, 다른 하나는 모바일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스마트뱅킹이다.

'워크 벤치'라는 스마트 금융기기를 운영하는 한국씨티은행 서교점은 일명 '스마트 브랜치'다. 일반화된 금융기기인 ATM이 현금인출/입금, 송금 등에 그치는 것과 달리, 스마트 금융기기는 계좌 개설, 체크카드 발급, 금융상품 검색/조회 등이 가능하다. 단순 업무를 영업점 방문 고객이 직접 처리하는 '금융의 셀프 서비스' 영역이 더욱 확대된 셈이다.

해외에서 이미 상당한 규모로 스마트 브랜치를 운영하고 있는 씨티은행은 국내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스마트 브랜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 목동 지점에 워크벤치를 처음 설치한 후, 씨티은행은 올해 6월 현재 국내에 스마트 브랜치를 총 25군데 운영중이다.

국내 은행들도 추격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일에 서울 경희대 앞에 100% 무인 스마트 지점인 'S20 Smart Zone 1호점'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S20 스마트존은 은행권 최초로 고객의 금융거래에 직원이 실명확인절차 외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100% 고객 스스로 계좌개설, 카드 발급, 펀드 가입 등을 행하는 무인 점포형 모델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8월에 여의도에 대규모 스마트 브랜치 오픈을 목표로 준비중에 있다. 하나은행, 신한은행은 작년부터 ATM에 상품 추천 등 마케팅 기능을 더해 비대면 스마트금융화의 초기 단계를 시도하기도 했다.

◆스마트뱅킹, 은행과 고객 모두에 효율성 '껑충'

영업점의 스마트화, 그리고 스마트폰뱅킹 강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은행의 고효율화'를 이끄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모바일을 이용한 거래비용은 ATM을 이용하는 것보다 10배 낮고, 지점을 이용하는 것보다 50배 낮다고 한다. 단순업무는 스마트기기로 처리하고, PB 상담과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직원들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한다.

원격 화상상담을 할 수 있는 스마트 업무 환경을 구축한 은행에서는 PB(자산관리 전문가) 없는 지점에서도 내방한 고객과 PB와의 원격 상담을 지원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 2010년 12월에 강남역 지점에 이 같은 화상상담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2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스마트금융센터'도 흥미롭다. 사이버 지점인 스마트금융센터는 점포 없이 웬만한 금융 서비스를 다 제공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스마트금융센터는 보조적인 거래뿐 아니라, 심화된 금융상담이 필요한 간접투자(펀드 등), 대출, 포트폴리오 상담 분야도 지원할 수 있도록 금융자산 전문상담 인력을 별도로 갖추고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 스마트금융센터의 '머니 멘토'의 경우, 부자고객들만 받던 자산관리 서비스의 문턱을 일반 고객들 대상으로 낮춘 서비스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뱅킹 고객들을 늘리기 위한 은행들의 아이디어 싸움도 치열하다. 따분한 것을 싫어하는 젊은 고객들을 잡기 위해서다. 게임 레벨을 높이면 금리를 우대해준다거나(NH농협은행), 친구 추천시 금리를 더 준다거나 하는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접목(KB국민은행)한 재미있는 예적금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 뱅킹 강화는 은행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는 뜻도 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스마트 금융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며 "다수 은행들이 고객기반 확보 등을 위해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스마트금융부의 전상기 팀장은 "오프라인 영업점은 포화상태이고 수익성을 더 높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스마트 뱅킹은 초기 투자 후 80% 이상의 은행업무가 처리될 수 있어 일단 자리잡히면 비용이 효율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 뱅킹의 주 이용층인 젊은 고객들은 은행거래를 막 시작하는 층이라, 미리 이 고객들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측면도 크다"고 덧붙였다.

IBK기업은행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스마트금융은 상대적으로 점포수가 부족한 은행에 소매금융을 확대할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지적했다.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은행업무에 접근할 수 있어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스마트뱅킹의 확산은 예기치 않게 점포수 적은 은행들에 반격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효율성이 높다. 은행 업무와 예적금 금리 측면 등에서 그렇다.

개인 고객들은 지점에서는 대기시간을 활용해 보다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또 가까운 지점이 어디인지, 가까운 지점 중에 대기인원이 더 적은 지점은 어디인지 등을 스마트기기로 미리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가가 적게 들어 상대적으로 고금리가 가능한 스마트폰 전용 예적금도 매력적인 요소다.

스마트기기에서 일반화된 무료 푸시 정보 기능도 활용된다. 기존에는 계좌 입출금 내역을 유료 문자메시지로 받았지만(계좌당 월 900원) 스마트폰 푸시 정보로 받으면 공짜다. 휴대폰 번호만 알면 송금할 수 있는 전자지갑 서비스도 스마트뱅킹에서 가능한 편리한 서비스 중 하나다.

기업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IBK기업은행의 소호(SOHO:소규모사업자)용 앱을 활용하면 소호들은 고객에게 마케팅용 쿠폰을 발송할 수 있다. 거래처의 휴폐업 여부도 조회할 수 있다.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우량중소기업 CEO라면 '고품격 지식정보서비스'(온라인+스마트폰)도 이용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의 지식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서다. 신한은행의 기업고객들은 현재 이 은행이 개발중인 기업용 통합 자금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금융 환경하의 은행은 기업들에 각종 마케팅 도우미 역할과 경영 도우미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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