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의 효소를 검사해 정상세포와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해 암을 좀 더 빨리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연세대 윤대성 교수와 권태윤 교수가 주도하고 엄길호 교수와 이규도 박사과정생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원자힘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을 이용해 침습성 암세포 표면의 효소가 반응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방식으로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하는데 성공했다.
원자힘현미경은 나노크기의 탐침이 있는 마이크로 캔틸레버를 이용해 나노 크기 표본의 표면을 이미지화할 수 있는 장비이다.
캔틸레버는 길이가 100μm(마이크로미터), 폭 10μm, 두께 1μm로 아주 작아 미세한 힘으로도 아래위로 쉽게 휘어진다. 원자힘현미경은 캔틸레버의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생체분자 감지나 분자간 상호작용 분석 등에 쓰인다.
연구팀은 AFM 캔틸레버를 이용해 암세포 표면에 있는 효소가 단백질 결합을 분해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검지해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성장에 필요한 적당한 환경이 주어질 경우 무한대로 증식하는 특징이 있다.
이 때 왕성한 세포분열로 공간이 부족해지면, 암세포는 효소(기질금속단백질가수분해효소)를 분비해 주변 조직을 제거하며 공간을 확장해 나간다. 따라서 이 효소의 미세한 농도 차이를 감지하고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쉽게 구분해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은 기존의 형광표지를 이용한 검지방법들과 달리, 펩타이드가 가수분해된 양의 정량화가 가능해, 효소의 활성도를 쉽게 판단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변형에 의해 돌연변이 효소를 발현하는 세포도 진단할 수 있다.
윤대성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별도의 까다로운 MEMS(미세전자제어기술) 공정 없이 상용화된 장비(AFM)를 이용했고, 실험방법도 매우 간단하며 결과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점이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권태윤 교수는 "이 센싱기술로 각 암세포의 특성과 세포 간의 신호전달 경로를 규명함으로써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맞춤형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기본연구)의 지원을 받았으며, 화학분야 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 6월11일자에 속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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