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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기업은 변신중]여전히 배고픈 인수합병 귀재들


IBM·HP·오라클·델·EMC·시스코, 전략적 M&A로 '몸집 불리기'

[김관용기자 김수연 기자 김국배 기자] '인수한 기업을 보면 방향성이 보인다'

IBM, HP, 오라클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한결같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어떤 기업은 주력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또 어떤 기업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전문 기업들을 적극 영입했다. IT전문기업들은 부족한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인수합병이라는 카드를 선택했고 그 과정을 통해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거인'으로 변모해 갔다.

◆인수합병의 귀재들

지난해 창사 100주년을 맞은 IBM은 지난 12년 동안 100개가 넘는 기업들을 삼키며 인수합병의 귀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수 많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성공시키며 IBM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컨설팅을 모두 제공하는 '종합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했다.

HP 또한 보안, 스토리지, 네트워크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IT환경이 요구하는 성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인프라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Converged Infrastructure)'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 2009년 세계적인 컴퓨터 서버 업체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며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한 오라클도 지난 2005년부터 70개 가까운 기업을 인수합병하며 '울트라 오라클'로 변신했다.

최근들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델(Dell) 또한 전통적인 'PC 기업' 이미지를 벗고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진행중이다.

스토리지 전문기업인 EMC도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해 종합 IT인프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50여개가 넘는 기업을 인수합병한 EMC는 그동안 연구개발(R&D) 보다 인수합병에 투자한 금액이 더 클 정도로 인수합병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전통적인 네트워크 시장 강자인 시스코 또한 인수합병을 통해 기존 네트워크 영역 뿐 아니라 비디오, 협업, 데이터센터 솔루션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시스코는 지난 1993년부터 150여개 가까운 기업들을 인수합병했다.

◆IBM, IT기업 아닌 종합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IBM은 지난 2008년부터 '스마터 플래닛(Smarter Planet)'을 주창하고 있다. 스마터 플래닛은 더 똑똑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기업 경영 맨 밑단의 IT인프라부터 경영 컨설팅까지 제공하겠다는 IBM의 철학이 담긴 슬로건이다.

IBM은 천공카드 시스템, 상업용 전자계산기 공급으로 사업을 시작해 진공관 컴퓨터, 퍼스널컴퓨터(PC), 메인프레임 등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전체 IT스택에 걸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IBM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티볼리(Tivoli)와 래쇼날(Rational), 웹스피어(WebSphere) 등을 주력으로 설정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그룹도 만들었다. 또한 코그노스(Cognos)와 SPSS 등을 인수하며 비즈니스 분석 솔루션을 보유하게 됐고, 로터스(Lotus)를 품으며 협업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IBM은 최근 '스마터 커머스' 분야에 공을 들이면서 이 분야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스마터 커머스(Smarter Commerce)는 시장과 구매 트렌드 변화에 대해 기업이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솔루션을 의미하는데, IBM은 이 시장 규모가 7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최근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IBM이 지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인수합병한 소프트웨어 기업 중 6개사가 스마터 커머스 관련 기업이었다. IBM은 그동안 인수합병한 커머스 솔루션 회사들의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새로운 소비성향에 맞춰 커머스 사이클의 모든 단계에 효율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IBM의 스마터 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은 엔터프라이즈 마케팅 관리 그룹(EMM) 부문. IBM이 스마터 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한 회사는 ▲소비자 평판 분석 솔루션 기업 코어메트릭스 ▲마케팅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유니카 ▲클라우드 기반 마케팅 및 세일즈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 디맨드텍 ▲클라우드 기반 공급망 관리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엠토리스 ▲데이터웨어하우징 어플라이언스의 고성능 분석 솔루션 기업 네티자 ▲고객 트랜드 분석 기업인 티리프 테크놀로지 등이다.

◆HP '모든 IT인프라를 한번에', 컨버지드 인프라 전략

HP가 최근 강조하는 말은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Converged Infrastructure)'다. 이는 말 그대로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모든 IT인프라를 한번에 제공하겠다는 데이터센터 혁신 전략이다.

HP는 그동안 보안, 스토리지, 네트워크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IT환경이 요구하는 성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일 제품 판매도 중요하지만 종합적인 IT인프라 제공과 이에 대한 서비스로 '엔드-투-엔드' 전략을 펴겠다는 것이다.

HP는 지난 2002년 컴퓨터 업체인 컴팩을 인수해 업계 1위로 올라섰으며, 3PAR를 비롯한 다수의 스토리지 업체를 인수하며 스토리지 라인업도 확장했다. 또한 네크워크 전문기업인 쓰리콤까지 인수하면서 스위치, 라우터 등의 네트워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비즈니스 기술 최적화(BTO) 업체인 머큐리인터액티브와 컨설팅 및 IT서비스 업체인 EDS를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분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크사이트, 포티파이소프트웨어 등 보안 업체를 대거 인수하면서 통합 솔루션 제공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가 화두가 되면서 HP는 지난 해 버티카와 오토노미를 인수해 빅데이터에 대비한 정보 최적화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HP는 최근 '인포메이션 매니지먼트(IM)' 조직을 신설했으며, 여기서 오토노미와 버티카를 통합한 비정형 및 정형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한 '스마트한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7개 IT스택 모두 보유한 '울트라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강자인 오라클은 서버와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 등 전 IT 영역으로 손을 뻗치면서, 7개의 IT스택을 모두 갖춘 유일한 벤더가 됐다. DB 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 운영체제(OS), 가상머신, 서버, 스토리지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유일한 벤더가 된 것이다.

DB로 시작한 오라클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전사적 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을 아우르는 종합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했다. 오라클은 또한 BEA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 오라클은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운영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퓨전 CRM 강화를 위한 라잇나우 인수와 퓨전 인적자원관리(HCM) 부분을 위한 탈레오 인수, 소셜 마케팅 및 인게이지먼트 전문기업 비트루 인수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해 10월에는 빅데이터의 핵심인 분석 역량 강화를 위해 웹커머스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솔루션 전문 업체인 엔데카를 영입했다.

이같은 인수합병을 통해 최근 오라클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 '엔지니어드 시스템(Engineered System)'이다. 엔지니어드 시스템이란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접목시키는 것으로 '엑사'시리즈 제품군이 오라클의 엔지니어드 시스템 전략을 대변한다.

오라클의 엔지니어드 시스템 제품은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인 '엑사데이터', 미들웨어 '엑사로직',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엑사리틱스', 빅데이터 머신 '빅데이터 어플라이언스', 대형 유닉스 시스템인 '오라클 스팍 슈퍼클러스터'로 구성된다.

이중 엑사데이터의 경우 출시 3년만에 전 세계에서 2천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어플라이언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신한카드, 하나투어, SK텔레콤, 아시아나항공, 보광훼미리마트 등 50여군데가 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델, 'PC 회사'에서 종합 IT인프라 기업으로

델은 올해 들어서만 소닉월, 메이크 테크놀로지, 크레러리티 솔루션, 와이즈 테크놀로지, 엡어슈어까지 5개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이들 기업들은 하나같이 델의 클라우드 전략을 뒷받침하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크레러리티 솔루션의 경우 기존 시스템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x86 환경에서 구동되도록 해주는 애뮬레이터 솔루션을 제공한다. 메이크 테크놀로지스 또한 기존 시스템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x86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해 주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애플리케이션 전환 기능을 제공해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 플랫폼에서 x86플랫폼으로 전환할 때 애플리케이션의 마이그레이션을 지원한다.

스케일런트 솔루션은 현재 델에서 'AIM/VIS'라는 솔루션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IT관리 차원에서 가상 및 물리 서버를 한번에 관리하고, 프로비저닝(provisioning)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델은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인 와이즈를 영입했으며,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보안 강화를 위해 보안 전문기업인 소닉월과 시큐어웍스 등도 인수했다.

이에 앞서 델은 지난 2008년 아이스카시(iSCSI) 스토리지 업체인 이퀄로직을 14억 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2010년에 스토리지 업체인 '오카리나 네트웍스'를 인수,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또한 서버 컴퓨터 업체인 스캘런트시스템을 인수하며 클라우드 및 가상화 솔루션 부분을 강화했으며, IT서비스 업체인 페롯시스템즈를 39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솔루션 사업을 보강했다.

특히 지난 해 4월에는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포스텐(Force10)을 인수하면서, PC부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의 전 인프라 영역을 커버하는 '엔드 유저 컴퓨팅'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EMC "더이상 스토리지 기업 아니다"

EMC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전환(Transformation)'이다. 이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에 따른 IT환경 전환을 EMC가 지원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EMC 스스로가 종합 IT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의미가 더 크다.

EMC는 당초 스토리지 기업으로 출발해 현재 전 세계 스토리지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지 판매 매출은 전체 EMC 매출의 절반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클라우드, 빅데이터, 보안 등의 솔루션들에서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EMC는 인수한 기업을 EMC 조직과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원(One) EMC' 모델로 포트폴리오 확대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EMC는 지난 2003년부터 VM웨어, 다큐멘텀, RSA, 아바마, 데이터도메인, 아이실론 등 50여개를 인수하는데 14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EMC는 이들 기업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원 EMC 전략을 통해, 고객들이 EMC라는 단일 창구로 더욱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09년에 인수한 데이터 중복제거 기업 데이터도메인의 경우 현재 EMC 내에서 디스크 백업, 복제 및 아카이빙 관련 솔루션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부서의 토대가 됐다.

2004년에 EMC에 인수된 이후에도 독립 운영되고 있는 VM웨어는 가상화를 채택하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EMC의 제품군을 보다 폭넓게 해 주는 중요한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EMC는 올해 들어서도 두개의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EMC는 최근 SSD 스토리지 솔루션 기업인 익스트림IO를 인수해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분야를 강화했으며, 지난 3월에는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피포탈랩스를 인수한 바 있다.

◆시스코, 네트워크 인접 솔루션으로 영역 확장

시스코의 인수합병 전략은 네트워크를 근간으로 인접 솔루션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휴먼 네트워킹'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시스코는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인간적인 소통을 돕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브랜드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코는 전통적인 네트워크 솔루션인 스위치와 라우터 뿐 아니라 텔레프레즌스 등의 비디오와 협업 및 보이스 솔루션 영역까지 진출했다.

특히 시스코는 최근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조직개편을 통해 다섯가지 핵심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스코의 다섯가지 핵심 분야는 ▲스위치 및 라우터 서비스 ▲비디오 ▲협업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이다.

그동안 인수합병한 기업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스위치와 라우터를 핵심 영역으로 삼고, 비디오 솔루션 및 협업 시장에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최근 개인의 스마트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BYOD'가 화두가 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를 지원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스코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UCS)'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UCS는 네트워크 장비, 블레이드 서버, 스토리지,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클라우드 컴퓨팅 아키텍처로 시스코에게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전략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스코의 UCS는 서버나 스토리지 사업을 한다기 보다는 휴먼 네트워킹을 인프라 측면으로까지 확장시킨 개념으로 풀이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가상화나 클라우드로 환경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통합 솔루션으로 가야하고, 따라서 네트워크 장비와 컴퓨팅 장비 및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까지 패키지로 제공해 원활한 네트워킹을 지원한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특별 취재팀if@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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