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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로 농업벤처의 꿈 일구는 '엄친아'들


포항공대·서울대 출신들 창업 헬로네이처 '화제'

[민혜정기자] '눈에 갇히고, 옻독에 고생도···'

화려한 IT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런 얘기는 낯설다. 벤처기업이라지만 컴퓨터와 '씨름'하는 것이 생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채소나 야채와 씨름하는 벤처가 있다.

남들은 'IT와 농업'에 대해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라고 말지만 최고의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벤처가 있다.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연구개발타워에서 헬로네이처에서 그들의 열기를 확인했다.

헬로네이처(www.hellonature.net)는 농산물 직거래를 온라인으로 중개하는 회사다. IT와 웹서비스에 관심이 많았던 박병열 사장은 같이 사업을 구상하던 좌종호(부사장)씨와 머리를 맞댔다. IT 활용도가 낮은 분야에 IT를 융합시켜보자는 의기투합이었다.

그리고는 바로 '농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농산물 유통 실태를 조사했다. 생산자에 대해 소비자는 생산자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결론이 나왔다.

"농산물 생산자는 중간상인의 말만 믿고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어요. 반면 소비자는 생산자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농산물은 유통 과정을 거치며 신선도는 떨어지는데 가격은 오릅니다."

박 사장과 좌 부사장은 조사 끝에 '농산물 유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좌 부사장의 과 후배인 조태환 팀장도 합류했다. 셋과 친분이 없던 유준재 팀장은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헬로네이처의 사업 설명을 보고 손을 들고 찾아왔다. 그 역시 꽃을 직거래로 판매하는 사이트를 꿈꾸고 있었다.

◆ 주위시선 신경쓰지 않는 '엄친아'들

이들의 조합은 농업 장터에 딱 들어맞아 보인다. 박 사장은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했다. 좌 부사장과 조 팀장 서울대 농경제학과 선후배 사이. 유 팀장은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이다. '산업경영' '(농)경제' 전공자들의 벤처인 것이다.

박 사장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 AT커니와 소셜커머스 쿠팡에서 일했다. 하지만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안정된 직장을 포기했다.

박 사장은 "'좋은학교 나온 것이 사업에 나쁠 이유는 없지만 학력이 사업적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승부를 볼 뿐"이라고 말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이들의 도전을 어떻게 볼까. 박 사장과 달리 조 팀장과 유팀장 집에서는 썩 내켜 하지 않아 했던 모양이다. 마케팅에 열정적인 조 팀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모님께 벤처를 하겠다고 말씀드리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는데, 휴학을 하고 이러다 보니 걱정을 많이 하세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고집이 있는 편이라 믿어주시려고 합니다. 부모님께도 아들을 잘 믿었다는 생각이 드시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옻독 오르고, 비료 뿌리고···

이들은 다른 농산물직거래사이트나 홈쇼핑과 달리 주문을 받은 뒤 수확해 배송하는 것을 무기로 삼고 있다.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헬로네이처의 직거래 농산물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과일. 복숭아 같은 제철과일의 경우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된다.

먹거리 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공급자를 얻는 것이다. 현재 헬로네이처는 60여 곳의 공급처를 확보했다고 말한다. 주변의 추천을 받고 찾아가기도 하고 평판이 좋은 곳을 골라서 간다.

'발 품 없이 얻는 것은 없다'는 신념인 셈이다. 인터뷰가 잡힌 날에도 헬로네이처의 '브레인' 좌 팀장은 제주도 농장에 내려가 만날 수 없었다. "직원 몇명 안되지만, 얼굴 마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다보니 눈 때문에 도로에 갇히고, 옷나무를 잘 못 만져 옻독이 올라 고생한 적도 있다고 한다. 공부나 할 것 같은 이방인을 본 농민들 가운데는 이상한 사람으로 의심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헬로네이처 같은 사업 모델을 설명해놓고 사기를 치는 도시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같이 김장김치도 담그고 비료도 뿌리며 신뢰를 쌓으면 어르신들도 달라지십니다. 숙식도 제공해주시고, 좋은 공급자 관계로 발전하죠."

헬로네이처는 공급한 사람의 이름으로 농산물을 판매한다. 생산자의 이름을 걸고 신뢰를 쌓기 위한 생각이다.

"도매시장에서는 같은 지역의 같은 종이라도 공급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격이 천양지차인데 소매시장으로 넘어오면 같아집니다. 생산자나 소비자나 억울한 측면이 있는 부분입니다."

박 사장은 "'헬로네이처의 사과'가 아니라 헬로네이처가 소개하는 '홍길동씨의 사과'로 브랜드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음의 열정'으로 난관 극복

창업멤버들이 십시일반한 자본금으로 만든 헬로네이처는 올해 1월 정식으로 오픈했으니 이제 다섯 달 된 새내기다.

"당장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나요? 농삿 일이 그렇듯 시간과 땀을 투자해야 정직한 보상을 받을 수 있잖아요. 젊은 '열정'으로 난관들을 이겨낼 겁니다."

꿈과 열정을 먹고 사는 헬로네이처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온라인 먹거리 장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상거래가 온라인상으로 많이 옮겨졌는데 가장 중요한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느냐'입니다. '먹거리'의 경우는 더욱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헬로네이처가 '온라인'은 믿을 수 없다는 통념을 깨고 싶습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z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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