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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30년-상]인터넷, 대한민국을 싹 바꾸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 '혁명' 이끌어

#.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장현숙(42세) 과장은 학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담임 선생님의 전달사항을 확인하고 아이의 공부를 도와 준비물을 챙긴다.

장 과장은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으로 뉴스를 살핀다. 예전에는 집에서 신문을 봤지만 시간도 절약하고 관심있는 뉴스만 챙겨보기에는 인터넷 신문이 편하다.

뉴스 검색을 마친 장 과장은 해외 지사에서 온 이메일을 확인한다.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사내에 공유하고 메신저를 통해 해외 업무 담당자와 의견을 조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퇴근 후 장 과장은 여름 휴가를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예전에는 여행사에 직접 방문해야 했지만 이젠 다양한 여행 정보 사이트를 통해 항공편과 숙박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휴가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서핑한다. 가격비교 사이트에 들어가 어느 제품이 가장 저렴한지 인기가 좋은지 다른 이용자들이 올린 사용후기를 보고 결정한다.

[김영리기자]올해는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연결된 지 꼭 30년이 되는 해다. 인터넷으로 하루를 시작해 인터넷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은 더이상 우리 생활에 낯선 일이 아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2011년 7월 기준 전국민의 78%인 3천7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10~30대 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99%에 달한다.

삶의 방식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온 인터넷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이제는 없어선 안될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 정보 유통·소통방식 혁명

인터넷이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정보의 유통과 소통방식이다.

과거 정부와 대학, 언론 등 일부 계층에 국한돼있던 정보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정보가 유통되면서 사회도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사회로 전환됐다.

인터넷 세상에선 무궁무진한 정보와 지식이 범람하고 있어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정보를 습득한다. 굳이 도서관이나 종이신문, TV를 보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광고주협회에서 조사한 '2011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일간지의 가구 구독률은 지난 2001년 51%에 달했지만 10년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26%에 그쳤다. 또 기능·목적별 이용 미디어 조사에서도 보도 및 기사, 뉴스를 보는데 신문이 13.1%인데 비해 인터넷은 15.9%로 종이신문을 추월했다.

인터넷은 단순 정보 습득 차원을 넘어 사람들간의 소통도 원할하게 만들었다. 포털사이트의 게시판과 댓글문화, 커뮤니티가 정착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목소리들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전통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던 편지나 엽서 등은 대부분 이메일과 메신저로 대체됐다.

국내 우편이용량은 지난 2002년 55억통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해 지난해 48억통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접수된 편지 가운데 93%가 고지서나 홍보물 같은 기업 물량이고 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7% 수준에 그쳤다.

반면 이메일 이용률은 지난 2000년 76.3%에서 2011년 85.7%로 증가했고 지난해 기준 인스턴트 메신저는 인터넷 이용자의 과반수(54.3%)가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다음 마이피플 등 스마트폰(49.4%)을 통한 이용도 늘고 있다.

최양희 서울대 교수는 "인터넷은 더이상 트렌드나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프라로 자리잡았다"며 "인터넷은 전반적인 IT 패러다임 변화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터넷, 정치를 바꾸며…공론의 장으로 탈바꿈

정치 분야에서도 인터넷은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인터넷이 확산되기 전 정치인들은 의정활동을 위해 주변의 많은 집단이나 개인들을 접촉하고 동원해야 했다. 유권자들도 정치인들의 입장과 주장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이 등장, 사이버 공간에선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초기 PC통신 동호회 등 단순한 모임 형태에 머물렀던 인터넷은 포털 게시판, 댓글 문화가 정착되면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토론과 정치참여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청원활동, 서명운동, 토론 등 다양한 정치 참여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각종 선거나 촛불집회 등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 알린다.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등장하면서 여론 형성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SNS는 지난해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지난 4월 19대 총선까지 20~30대 젊은층의 정치 참여를 이끌었고 정부 정책 이슈에 대한 파급력 있는 의견을 전달하는 등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익명에 기댄 악의적 게시글이나 악성댓글,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의 문제는 정보의 신뢰성 악화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존재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인터넷윤리문화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악성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있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23.9%에 달했고 절반이 넘는 57.7%가 허위사실·미확인 정보를 유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용자 67%가 OO녀, OO남 등 일명 '신상털기'에 참여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인터넷윤리 의식의 올바른 재정립은 시급한 상황이다.

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을 구축하고 이용자들이 활발하게 이용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루고 사회적 소통이 확대됐다"며 "그러나 인터넷 문화 지체 현상이라는 부작용과 인터넷 기업의 글로벌 진출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인터넷 윤리문화 정착의 원년으로 삼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제 활동 방식 변화

인터넷은 경제 활동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옷이나 서적 등 일반 상품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하는 것은 물론 비행기표, 영화와 공연 티켓, 레스토랑 등 각종 예매도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테이프와 CD로 듣던 음악은 디지털 음원으로 대체됐고 영화나 책도 파일을 통해 내려받아 즐긴다. 인터넷에선 구할 수 없는 게 없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쇼핑몰 이용자 10명 중 9명은 월 1회 이상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상위 상품으로는 의류·패션 상품이 79%, 서적 39%, 화장품·향수 37%, 생활용품·자동차용품 33%, 식음료 및 건강식품이 27% 순이다.

은행 거래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뱅킹으로 손쉽게 처리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국내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2011년 기준 19개 금융기관에 등록된 인터넷 뱅킹 이용자는 7천482만명(중복 포함)이다. 하루 평균 인터넷뱅킹 이용건수와 금액은 3천902만건, 31조9천172억원에 달한다.

인터넷을 통한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변화했다. 직접방문, 전화, 팩스, 우편 등 기존 방식에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직접 소비자를 찾아간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시대가 열리면서 인터넷은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첨단 IT기술과 융합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2의 인터넷 혁명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방통위 박재문 네트워크정책 국장은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모든 삶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인터넷경제의 폭발력은 누구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면서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시대 진입에 따라, 그 어느때보다 미래 인터넷세상에 대한 준비에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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