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기자] 개인정보보호법이 계도기간을 마치고 본격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고객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아, 업계는 '계도기간 종료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대상 가운데 공공기관,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이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했고, 법 시행으로 업계에 큰 시장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소규모 기업들은 이제 막 법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상황이라 '계도기간 종료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 "중소사업자·소상공인은 '공부중'"…문의만 많아
업계 관계자들은 "고객 문의는 많이 늘었으나 그것이 실구매율로 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위즈디앤에스 전략사업부 임한준 부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개인정보 처리를 위한 내부관리 계획을 취하라', '암호화 조치를 취하라'는 등 사업자가 취해야할 조치가 간단히 서술돼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뭘 하라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특히 중소사업자, 소상공인은 개인정보보호 담당자, 관련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지금까지 법에 대해 신경을 못 쓰다가 이제야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도기간이 종료돼, 법 위반 사실 적발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낀 중소사업자, 소상공인들이 보안업체들에 연락해 관련 질문을 쏟아내고 있긴 하나, 해당 질문이 구매 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법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컴트루테크놀로지 마케팅팀 지용미 차장은 "계도기간 종료 이전에 비해 개인정보보호법에 관련된 문의가 약 3~4배가량 늘었다"며 "솔루션 구매에 대한 문의보다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에 대하 문의가 많으며, 관련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란지교소프트 역시 계도기간 종료 이후 기업 고객들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지만, 실제 구매율에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란지교소프트 개인정보보호센터 유병완 팀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가 계도기간 종료 이전보다 2배 정도 늘었지만, 문의 내용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역시 '어떻게 대처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그는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중소사업자의 법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자체가 포괄적인 편이라, 관련된 모든 조치를 취하기에 벅차하는 기업이 많다"며 "사업장의 개인정보보호 보유 현황, 필요 조치 등에 대해 컨설팅 해주는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중소사업자들에겐 아직 준비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 "높아진 관심, 구매로 이어지려면 실제적인 가이드라인 필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신호이긴 하지만, 높아진 관심이 솔루션 구축 등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2%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업계는 중소사업자·소상공인들을 움직이게 할,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안랩 컨설팅사업본부 이장우 이사는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각 사업자 별 업무절차나 수행 방법에 대한 실제적인 가이드라인이 제공돼야 한다"며 "그래야 중소기업, 영세사업자, 개인사업자 등 새롭게 개인정보보호법의 통제를 받게 된 많은 조직들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업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공되기 전까지는 법과 관련된 기초적인 내용의 질문만 쇄도하는 현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
인포섹 솔루션마케팅·사업팀 이세영 과장은 "개인정보보호법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중견중소기업 시장이 크게 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 만큼 반응이 오지 않는 것은 법에 대한 이해 부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에 따르는 비용 부담 때문"이라며 "이러한 고객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정부 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고, 각 산업군에 최적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수연기자 newsyou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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