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잇따라 출국, 그 배경이 주목을 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일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김포공항을 통해 스페인 등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이번 유럽 출장은 4주 일정이지만 방문지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 측은 경영 구상을 위한 유럽 경기 파악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은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적으로 다 불경기지만 특히 유럽이 문제가 많아서 그 상황을 직접 보고 들으러 간다"고 밝혔다. 또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과의 소송과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사적인 문제로 개인감정을 드러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사과했다.
이 회장은 특히 "앞으로 소송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전문가한테 맡기고 나는 삼성그룹을 키우는 데만 전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일 오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이 회장의 뒤를 이어 출국했다. 이재용 사장의 출국 목적은 먼저 출국한 이 회장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이 회장 일가의 출국 목적을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먼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프랑크프루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내년이 20주년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출장 기간이 한 달로 비교적 길다는 점에서 1993년과 같이 삼성 그룹 전반의 경영에 대한 새 화두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삼성 특검 이후 물러났다가 2년 전 복귀한 뒤 1년전부터 현장 경영을 통해 사내 임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부쩍 강화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또 CJ 그룹과 벌이고 있는 갈등에 냉각기를 둘 필요성도 출국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이자 자신의 큰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으로부터 상속 재산 분할 소송을 당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형제들과 감정 섞인 막말을 주고 받으며 국내외 여론으로부터 따가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당분간 해외에 나가 새로운 경영을 모색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 또한 "앞으로 소송에 관여하지 않고, 나는 삼성그룹을 키우는 데만 전념하겠다"고 밝혀 이런 의도가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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