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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태양광산업 '따라가는 전략 버리고 새 판 짜자'


"2세대 기술 투자 확대해야" VS "1세대 경쟁력 더 높여야"

[박계현기자] 국내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는 6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컨벤션홀에서 '태양광 R&D 한마당'을 개최하고 약 2천억원에 달하는 정부 태양광 R&D 예산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다.

이 날 행사를 주최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그동안 정부투자가 많이 이뤄진 1세대 결정질실리콘 분야 투자를 점차 축소하고 미래 태양광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2세대 기술인 구리·인듐·갈륨·세레늄(CIGS), 염료감응 등 박막분야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인건비 비중이 상당해 중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1세대 기술인 결정질실리콘 분야보다는 기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2세대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1와트의 태양광 모듈을 만들때 한국은 1.03달러가 들어가는 반면, 중국은 0.87달러로 국내 태양광 산업은 1세대 태양광 기술인 결정질실리콘 시장에서 경쟁력이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국내 태양광 산업이 1세대 태양광 기술인 세계 결정질실리콘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폴리실리콘 13%, 잉곳·웨이퍼 9%, 솔라셀 6%, 모듈 10%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홍재민 심의관은 "국내 태양광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태양광에 너무 많은 투자가 돼 있지 않나', '투자된 것들이 잘 사용되고 있느냐'를 돌아보고, 궁극적으로 태양광의 기술경쟁력을 높여서 5년, 10년 후에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산·학·연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과제·허브센터 통해 시너지 효과 모색

1세대 태양광 기술인 결정질실리콘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케미칼 홍정의 상무는 "장비기술·공정기술·재료기술 분야가 그룹으로 묶일 때 좀 더 효과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 있다"며 "재료업체·장비업체가 하나로 묶여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매출 5천억원의 소재기업인 동진세미켐 박찬석 전무는 "기술 세대별로 분리한 맞춤형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며 "구리·인듐·갈륨·세레늄(CIGS)나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개발단계를 지나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태"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보다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장비를 전지업체에서 사용하지 않는 등 실제 상용화에 문제가 있는 연구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형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 R&D가 장비나 일부 소재 쪽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며 "연구단계별로 기술개발 분야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투자하고 대형과제인 경우엔 개발된 기술이 얼마나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전문 컨설팅 기관을 통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정질실리콘 태양전지는 세부기술별이 아니라 소재, 모듈까지 가치사슬별로 연계된 대형 과제를 기획해서 대형과제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기물질을 도포하는 방식 등의 차세대 태양광 연구에선 소재가 연구 성과를 이끌어나가는 만큼 R&D 예산을 소재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조길원 포항공과대학교 교수는 "차세대, 유기쪽 연구가 이뤄지지만 시장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시점에서 기초원천연구투자가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 역시 "주로 연구주체가 대학이나 연구소인데 단위과제나 소규모 과제로 진행될 경우 시너지 효과를 얻기 힘들다"며 "핵심역량을 결집시켜서 기초 원천연구를 구축할 수 있는 R&D 허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길원 교수는 "차세대 태양광 기술의 경우 연구경향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연구성과 공유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단일 과제끼리는 이 같은 성과 공유가 쉽지 않은데 대형 센터를 통해 실행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지원을 받는 연구기관에서도 산·학·연 연구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태양광 R&D 허브기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석상일 그룹장은 "소재, 태양전지, 모듈이 따로 분리된 분야가 아니다"라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허브 기관을 통해 집중화된 연구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재호 단장은 "구리·인듐·갈륨·세레늄(CIGS) 분야 연구가 단편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지금은 콘트롤타워를 통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탑다운)으로 대규모 예산 하에서 많은 사람들이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미국·일본은 1세대 분야 투자 지속…에너지 안보 고려해야"

2030년경 1테라와트 규모에 도달할 것이라고 추정되는 결정질실리콘 분야의 경쟁력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식경제 R&D 태양광 PD를 맡고 있는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박진호 박사는 "태양광 산업은 향후 3,4년이 중요한 시기로 미국·일본의 경우 탑다운 방식으로 결정질실리콘 분야에서 2천억원 규모의 대형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중국 태양광 산업과 경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호 박사는 "현재 뺏기고 있는 시장을 중국에 그대로 주고 갈 것이냐는 의문이 있다"며 "결정질실리콘 분야에서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맹공을 펼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을 정부가 민간에서 자력으로 살아남으라는 식으로 방치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위험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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