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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남]정운찬 위원장 사퇴가 쓸쓸한 이유


[정수남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지난 29일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정 위원장이 지난 2010년 동반성장위원회를 맡은 지 15개월만이다. 그 동안 정 위원장은 국내 경제민주화 달성 방법 중 하나인 동반성장 정착을 위해 음과 양으로 동분서주했다.

그 와중에 작년 초 대기업이 당초 목표보다 초과 달성한 이익을 협력社와 공유해야 한다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전(前) 장관 등 정·재계와 날선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정 위원장은 위원장 직 사퇴의사를 내비치는 등 일대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청와대 측과 무언의 합의로 다시 위원장 직을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동반성장이 시대적 흐름으로 떠오르면서 56개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 56개 대기업들이 협력사와 동반성장 선포식을 갖는 등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했다.

또 중소기업으로부터 중기 적합품목을 받아 작년에만 모두 82개의 적합품목을 확정했다. 이는 금액으로는 15조원 상당에 해당하는 시장이며, 이번 선정으로 이중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이 영위하게 됐다.

또 정 위원장은 자신이 주창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창조적 동반성장'(협력이익배분제)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율도입이기는 하지만 지난 2월 도입키로 결론을 내기도 했다.

이 처럼 그동안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불철주야 온 힘을 쏟아냈다.

실제 정 위원장은 작년 7월 집중호우로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우면산 산사태에 매몰 위기에 처했을 당시에도 기자들을 만나 동반성장 추진의 당위성을 역설했고, 곧 바로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등 가정도 뒤로 한채 공익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던 그가 돌연 사퇴한 이유는 뭘까? 물론, 정 위원장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서 추측할 따름이지만 그동안 민간단체에 불과한 동반성장위원회의 장으로서 동반성장 구현에 대한 한계를 느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퇴임사에서 "초과이익공유제가 우여곡절 끝에 도입됐다"고 했으나, 앞서 '수모'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정 위원장은 작년 말 대기업 위원이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반대하면서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자 여러번 이를 받아 달라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여기에 작년 10월 미국 방문기간 동안 오는 12월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는 했으나, 이후 "동반성장도 국민에 봉사하는 길"이라며, 극구 자신의 대선 출마를 일축했다.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정 위원장은 이달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 이후 위원장직 사퇴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정영태 동반성장 사무총장도 사퇴 당일 "그 동안 위원장께서 많은 고심을 하고, 사퇴 의사를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동안 동반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정 의원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정 위원장의 정치적 행보를 의논하는 자리가 아니었겠는가 할 따름이다.

이를 감안할 경우 퇴임 기자회견장에서 정 위원장의 모습은 평소 부드러운 카리스마와는 달랐다. 작정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더 나아가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이어 "국민 속으로 들어가 동반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회견장을 나가는 정 위원장의 뒷 모습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 앞으로 정 위원장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 지는 알수 없지만, 한국의 경제민주화를 위해 동반성장을 더 적극적으로 밀어 붙일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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