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방송사 편성담당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 심의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를테면 프로그램 가운데 폭력적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대동소이한 것에도 인지도나 심의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 제재 수위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송 심의의 모호성을 해소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방통심의위의 방송 프로그램 심의가 형평성에 어긋난 경우가 있어 프로그램 구매 및 제작 시 내부 기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PP 업계 관계자는 "심의기준에 대한 적용이 주관적이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콘텐츠의 지명도나 채널의 인지도 등에 따라 유사하거나 심의 결과가 달라진다"고 언급했다.
방통심의위 제재 사례를 살펴보면, 인기 영화인 원빈 주연의 '아저씨'는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도구로 사람을 베는 행위가 노출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소녀K' 등은 제재를 받았다.
영화 '아저씨'는 도끼와 총, 칼로 인간을 살해하는 장면 등 잔인한 묘사로 알려졌다. 방송 채널에서 편성 시 일부 장면이 편집됐다고 하더라도 칼로 여러 차례 찌르고 베는 행위가 방송됐다.
편성자들은 선정적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심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영화 '방자전'은 선정적 장면이 과도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비슷한 장면을 담고 있는 영화 '색즉시공'은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는 식이다.
업계는 방통심의위 구성이나 담당자가 바뀌고 난 후 과거 문제없이 방송하던 프로그램이 갑자기 제재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방송업계 전문가는 "심의기준이 최대한 객관, 표준화되면 계속적으로 동일 적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PP가 자율적으로 심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의 결과 고지 시 문제가 되는 해당 장면에 대해 주관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문제된 횟수 표기나 구체적 묘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다른 모든 법령과 마찬가지로 심의규정 역시 구체적 사안별로 타당성을 기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일반화는 불가피하다"며 "방통위설치법이 내용규제기관을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형태로 구성한 이유 역시 이러한 심의규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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