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박영례특파원] "애플이 다른 기업들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450억달러 규모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진 19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매체들 반응 중 하나다.
팀 쿡 CEO가 주주총회를 통해 보유 현금 활용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언급했던 만큼 애플의 현금배당 결정은 예상됐던 수순. 예상됐던 결과라는 게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배당규모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도 있었다.
애플도 일반 기업들 처럼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고, 무엇보다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19일(현지시간) 포춘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애플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분기별 주당 2.26달러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를 비롯해 자사주 매입 등에 향후 3년간 총 450억달러를 쓰기로 했다. 1천억달러에 육박하는 보유 현금 중 절반 가까이를 배당 등으로 환원키로 한 것.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로 총 433억 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보유 현금 자산은 976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은 올해도 75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이 오는 7월 부터 현금배당에 나서면 지난 1995년 12센트를 배당한 이후 17년만에 처음이다.
◆팀 쿡식 애플경영 '본격화'
자사주 매입 및 현금배당은 스티브 잡스 전 CEO가 반대했던 대목.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잇단 성공으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됐지만 연구개발 투자, 일자리 창출, 현금배당 등 이에 따른 선순환 효과, 말그대로 미국내 '애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결정은 애플이 주주 이익환원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
특히 스티브 잡스 전 CEO가 강력히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팀 쿡 CEO 스타일의 애플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실제 지난해 8월 CEO에 오른 팀쿡 CEO는 현금배당 등에 대해 이전 CEO와는 다른 입장을 취해 왔다.
그는 "쌓아놓기 보다 다른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팀 쿡 CEO는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의 지배구조개선 요구를 수용하는 등 스티브 잡스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애플을 끌어나가고 있다.
실제 이번 애플의 현금배당 결정에 대한 미국 현지 여론은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달라진 애플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포천은 "생산도, 마케팅도, PR도, 심지어 대차대조표 관리 조차 하지 않던 애플이 일반기업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이를 평가했다.
스티브 잡스 CEO와는 달라진, 팀 쿡 CEO식 애플시대의 개막을 알린 셈이다. 이날 팀 쿡 CEO는 애플 미래에 대한 강한 확신과 자신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수익률 1.8%, 구글·아마존 배당 동참할까
애플은 분기별 주당 2.26달러를 배당하기로 했다. 이는 연간 주당 10.6달러, 총 98억8천만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월스트리저널 등에 따르면 애플의 배당 수익률은 1.81% 수준.
배당수익률이 2.45%와 3.03%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에 비해 낮지만 1~2% 수준인 HP, 오라클, 시스코 등 와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배당수익률 등 애플의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가 생긴 셈이다. 예상된 현금배당 소식에 이날 애플의 주가는 1% 안팎에서 등락을 보였지만 시가총액 1조 달러 돌파 등 기대감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배당 규모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레그 메이슨 운용사 허쉬 코언 매니저는 "결정은 놀랍지만 배당률이 3%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애플이 현금 배당을 결정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배당에 가세할 지도 주목되는 대목. 실제 구글, 아마존, 이베이 등 역시 배당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들은 일반 제조업체나 유통점들과 달리 장비나 제조설비, 부동산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보유 현금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다.
애플에 대한 현금배당 요구가 거셌던 만큼, 애플이 이에 가세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배당 요구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팀 쿡 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뉴 아이패드와 관련 지난 주말 기록적인 판매고를 보였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워싱턴(미국)=박영례특파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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