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박영례특파원]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게 끝내 냉담했던 헐리우드가 마침내 애플과 손잡을 전망이다.
애플과 미국 대형 영화제작사와의 계약이 성사단계에 이르렀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아이패드는 물론 애플TV를 통해서도 헐리우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다.
이는 아이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애플의 모든 기기로 음악에서 영화까지 모든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는 뜻에서 애플이 구축해온 생태계가 완성되는 셈이다.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던 애플TV 역시 본격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애플은 최근 미국 5대 대형 영화사와 이같은 영화콘텐츠 사용에 관해 합의, 계약이 성사단계에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라이온스게이트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월트디즈니,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등 5개 대형 영화사에 애플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한번 구매한 영화를 아이패드, 맥 등 다른 애플 기기로 볼 수 있도록 하는데 합의한 상태다.
아직 관건인 유니버설 픽쳐스, 20세기폭스사와의 합의가 남은 상태지만 문제가 됐던 HBO 채널과의 독점계약 문제 해결이 실마리를 보이고 있어 어느때보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 영화사는 현재 HBO와 영화 공급에 관한 독점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따라서 HBO가 독점 공급권을 갖고 있는 기간에 이들 영화를 애플 아이튠즈에서 구입, 보는 것은 법 위반인 셈이다.
유니버설 픽쳐스, 20세기폭스사는 HBO와 최근 이같은 독점기간 등을 다소 풀어주는 쪽으로 협의중이다. 양사는 수주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영화 콘텐츠 유통, 애플TV 등 애플생태계 완성
헐리우드는 그동안 가장 강력한 콘텐츠로 꼽히는 영화콘텐츠 유통을 놓고 애플과 한 치 양보없는 싸움을 해왔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 콘텐츠 유통이라는 강력한 수익모델로 영화쪽까지 넘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애플은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 음악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한 뒤 아이팟나노와 아이폰,아이패드 기기에 이르는 생태계를 구축해 기존 시장을 재편해 왔다.
스티브 잡스 전 CEO가 마지막 역점을 뒀던 애플TV와 아이클라우드는 이같은 생태계의 완성인 동시에, 이를 위해 영화 콘텐츠 확보는 반드시 선결해야할 조건으로 꼽혔다.
하지만 애플의 지배력을 우려한 헐리우드는 독자적인 유통채널 '울트라바이올렛'을 구축하는 등 애플을 본격 견제해 왔다.
울트라바이올렛은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처럼 소비자가 영화 콘텐츠를 구입하면 어떤 기기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영화사가 주축이 돼 만든 울트라바이올렛에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제조업체가 가세, 사실상 영화콘텐츠 유통을 놓고 애플과 반 애플 진영간 경쟁을 예고했다.
스티브 잡스 전 CEO가 헐리우드 영화사와 꾸준히 접촉, 영화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였으나 끝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애플은 야심찬 계획과 함께 아이클라우드를 선보였지만 영화사 확보에는 실패, 유수 레코드사와 TV스튜디오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애플이 이번에 뉴 아이패드를 선보이면서 헐리우드와 재협상에 나서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애플이 풀HD 영상을 지원하는 뉴아이패드와 새 애플TV를 선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장 뉴 아이패드 제품판매에도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플은 영화 콘텐츠 확보를 기점으로 셋톱박스 형태가 아닌 TV세트 형태의 애플TV를 앞세워 본격적인 TV산업 재편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아이폰에서 애플TV에 이르기까지, 또 음악에서 영화까지 아이클라우드로 아우르는 거대한 애플 플랫폼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미국)=박영례특파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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