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지난 주 토요일, '주 5일 근무'로 꺼져있던 SK텔레콤과 KT의 전산시스템에 불이 들어왔다. 2011년 7월 이후 꺼져있던 가입자 변경정보 관할시스템이 7개월 여 만에 토요일 작동에 들어간 것. 이들 통신사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토요일인 18일 오전 9시 KT가, 그리고 몇시간 뒤 SK텔레콤이 기기변경 전산시스템 가동을 시작했다.
양사는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라 토요일 전산망을 작동시키지 않아왔다. 주말 업무가 대리점 및 판매점 등 직원들의 과도한 노동을 유발하는데다 통신사간 과열 경쟁도 초래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부 판매점 등은 영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통신업체 본사의 전산시스템은 가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주말에 휴대폰을 바꾸거나 새로 구입하는 가입자들은 월요일 아침 전산망이 재가동될 때를 기다려 서비스를 변경했다. 그런 SK텔레콤과 KT 관계자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 보조금 LGU+ 신경쓰여서?
이유는 LG유플러스의 움직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이 50%, KT가 30%, LG유플러스가 2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지난 2년간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는 LG유플러스가 더욱 밀렸다. SK텔레콤과 KT가 5대4 정도로 양분하고 LG유플러스는 1 정도의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 LTE가 물밑 변화를 가져왔다. LG유플러스가 LTE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LTE 가입자는 SK텔레콤이 110만여명, LG유플러스가 100만명에 육박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발 늦게 LTE를 시작한 KT는 LTE 가입자 경쟁의 본 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상황이다.
특히 그간의 LG유플러스 스마트폰 가입자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회사의 LTE 가입자는 경쟁사에서 번호를 이동해 옮겨오는 가입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LTE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SK텔레콤과 KT는 LTE 경쟁 과열과 함께 기존 가입자까지 빼앗기는 현상을 겪게 됐다"면서 "따라서 번호를 이동해 나가려는 고객들을 붙잡아두기 위한 조치로 주말 기기변경 전산을 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주말에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는 대리점들에게 추가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주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도 두 회사가 전산시스템을 가동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본사에서 주말동안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면 평일보다 최대 20% 가량 더 많은 인센티브를 최근 지급하고 있다"면서 "판매점 입장에서는 주말에 고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데, (추가 인센티브를 활용해) 이들에게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 고객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대리점에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했다면 과열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이라며 "마케팅(보조금)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한 업체가 먼저 치고 나오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속앓이를 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본사 차원에서 주말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방침을 정한 적은 없다. 지역 대리점별로 관할 판매점에 일시적 프로모션 형식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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