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전자담배에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 등 유해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에 가까운 제품의 니코틴 함량이 표기된 것과는 다르거나 심지어 최대 4배까지 높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시판 중인 전자담배의 유해성 평가 결과, 일부 전자담배의 액상에서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와 환경호르몬 '디에틸프탈레이트' 등이 검출됐다고 19일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13개 회사의 전자담배(액상) 제품 121개를 구입해 유해물질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니코틴 함량은 1㎖당 0.012~36.15㎎로 제품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담배 1개비당 평균 니코틴 함량이 0.05㎎인 점을 감안하면, 전자담배 액상 1개에 함유된 니코틴은 일반담배 0.24개비에서 723개비에 해당하는 양인 셈이다.
니코틴 함량 표기는 엉망인 것으로 조사됐다. 121개 제품 중 절반이 조금 넘는 66개 제품만 표기된 니코틴 양과 실제 함량이 일치했다. 실제 함량이 표기량에 못 미치거나 최대 4배까지 높은 경우도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성인의 니코틴 치사량이 40∼60㎎(0.5 ~1.0 ㎎/㎏)인 점을 고려할 때, 함량 표기만 믿고 전자담배를 다량 흡입할 경우 호흡장애, 의식상실 등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량의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도 검출됐다. 검사대상인 121개 제품 모두에서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ℓ당 0.10∼11.81㎎ 검출됐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흡입할 경우 폐·만성호흡기 질환·신장·목 등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4개 제품에서는 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NNN)'도 극미량(ℓ당 44.0∼65.75㎍) 검출됐다.
82개 제품에서는 환경호르몬인 DEP(디에틸프탈레이트)가 0.08∼2274.04㎎/ℓ, 15개 제품에서는 DEHP(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가 0.30∼99.49㎎/ℓ의 농도로 검출됐다.
DEP, DEHP는 남성 호르몬 차단작용(blocking)과 여성호르몬 모방작용(mimicking)에 의한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한편, 일반 담배에 포함된 타르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고, 니코틴 농축액을 만들기 위한 용매제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글리콜(glycole)류 성분은 19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가 일부 제품만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발암물질 검출량이 극히 미미해 해당 제조업체와 제품 공개는 여부는 추후에 결정할 방침이다.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의 한 종류'로 분류돼 기획재정부가 관리한다. 복지부는 경고 문구 및 광고 제한 등 금연정책만 담당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발암물질 및 유해물질이 없다는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온 만큼,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며 "전자담배 유통이 빠르게 늘고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불법 유통 단속 차원을 넘어선 강력한 안전관리대책이 필요하고 안전 관련 규정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번 액상 유해성 평가에 이어 올해는 기체상 유해성 평가 연구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제 전자담배를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해성을 평가하고, 전자담배 성분에 관한 안전관리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는 73개의 전자담배판매업자가 등록돼 있다다. 이들 업체가 지난 2010년까지 수입한 액상 제품의 양은 1천670만㎖에 달한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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