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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인간 뛰어넘는 인공지능 개발될까?


수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의도를 파악하는 컴퓨터를 만들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로보월드 2011' 개막식에서 소개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키보'도 그중 하나다. 키보는 걷거나 뛸 수 있는 로봇들과 달리 로봇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120cm의 키에 48㎏의 몸무게를 갖고 있는 키보는 사람처럼 울거나 웃고 찡그리는 등의 얼굴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또 천장과 바닥에 장착된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을 이용해 사용자의 얼굴과 위치, 움직이는 물체, 음성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으며 사람을 인식하면 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건내고, 물건을 전달하거나 포옹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만일 키보가 더 진보를 하게 된다면 사용자의 감정을 파악해서 반응하는 일이 가능해 질 것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고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컴퓨터 연구는 IBM이 가장 적극적이다. IBM은 체스를 두는 컴퓨터인 '딥블루(Deep Blue)'를 만들어 1997년 세계 체스계의 최강자였던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꺾기도 했다. 2011년 초에는 '왓슨(Wats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공지능을 '제퍼디(Jeopardy)'라는 유명 TV 퀴즈쇼에 출연시켰다. 상대는 제퍼디 쇼에서 74회 우승한 역대 최다 우승자 켄 제닝스, 그리고 왕중왕전에서 제닝스를 꺾은 역대 최다 상금 수상자 브래드 러터였다.

퀴즈쇼에서 왓슨은 7만 7,147달러의 상금을 얻어 경쟁자인 시애틀 출신의 켄 제닝스(2만 4,000달러)와 브래드 루터(2만 1,600달러)를 압도했다. 왓슨은 "최소 4,000년 전에 사용됐던 베다어는 인도 이 고전어의 초기 방언이었다"는 힌트에 바로 "산스크리트어"라고 답했고 "서툰 목수가 탓하는 것은?"이라는 문제도 "연장"이라고 척척 답을 했다.

그저 흥밋거리로 치부하기에는 왓슨의 의미가 크다. 구글 검색처럼 기존의 컴퓨터는 인터넷의 지식을 이용, 가능성이 높은 답을 나열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왓슨은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은 채 새로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를 학습하면서 지식을 키운다는 점이 다르다. 왓슨의 소프트웨어는 복잡한 언어를 신속하게 분석해 퀴즈 문제의 단서와 관련된 방대한 양의 태스크를 처리하는데 최적화된 IBM POWER7 서버에 의해 구동된다. 전 세계 IT 전문가들은 왓슨의 정교한 분석 기술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각종 업계에 많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공지능에 도전하는 것이 IBM만의 영역은 아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은 물론 기계공학자, 로봇공학자, 뇌 과학자, 심리학자 등 수많은 분야의 학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은 각자의 접근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물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안나 코헤넌 교수 연구팀은 스스로 연구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CRAB'를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수준 높은 과학 학술지를 읽는다. 비슷한 종류의 연구를 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성과와 의견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의 축척이 많아지면 이런 일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 의생물학 데이터베이스에는 현재 1,900만 건의 논문이 저장돼 있고 매일 4,000건씩 늘고 있다.

언어학자 출신인 코헤넌 교수의 연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컴퓨터가 인간이 작성한 단어 또는 문장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있다. 그는 논문 수천만 건에서 찾아낸 문장에서 신뢰도가 높은 부분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을 학습시키고 인과관계에 따른 논리적인 사고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결론 또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프로그램을 다듬었다.

CRAB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코헤넌 교수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울라 스타이너스 교수팀과 함께 의학 중 가장 활발한 연구가 펼쳐지는 암 연구 분야를 선택했다. 실제로 CRAB는 암과 관련된 화학물질을 다룬 논문을 검색하고 선택해 어떤 화학물질이 암 발병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찾아냈다. 만약 CRAB이 더 진화를 하게 되면 스스로 연구를 하는 컴퓨터의 탄생도 머지않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1950년대 MIT AI연구소를 설립한 매카시와 마빈 민스키, 카네기멜론 대학교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든 앨런 뉴웰과 허버트 사이먼과 같은 개척자들에 의해 실험 학문으로 시작됐다. 그 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띌만한 진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영화나 소설 속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나 인간의 지능을 능가해 스스로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비록 그 정도는 아니지만 현실에서도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 전문가의 판단을 대체하는 영역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날로 집적도가 높아지고 소형화 돼는 IT기술 발전 속도라면 인간지능에 필적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멀지 않은 것 같다.

카네기 멜론 대학 로봇연구소 한스 모리벡 박사는 인공지능이 10년마다 세대가 바뀔 정도로 급속히 발달해 2050년이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까지는 문고리를 잡는 등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한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생쥐(10만 MIPS) 정도의 지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하고 2030년까지는 원숭이(500만 MIPS)만큼 머리가 좋은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1MIPS는 초당 100만 명령을 실행하는 컴퓨터 속도단위를 말한다. 원숭이 수준인 500만 MIPS는 철조망 밖에 있는 바나나를 집을 때 돌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시행착오 방식이 아니라 논리적인 추리로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모리벡 박사는 2040년대 이후에 나타날 로봇은 인간의 지능(1억 MIPS)에 가까운 로봇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이 인류의 정신적인 문화유산, 지식, 문화, 가치관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자기학습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 스스로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고, 연구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생명체가 등장한다면 인류와의 관계는 어떤 모습이 될까?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인간을 지배하려는 로봇이 등장할는지, 바이센테이얼 맨의 앤드류처럼 감성을 갖고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이 등장할는지는 모를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시기가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글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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