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의 내용은 광고 시장 질서를 세우는 최소한의 틀을 담고 있다. 여야는 이에 대해 겨우 합의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직접 영업, 지상파의 계열 채널 광고 판매, 미디어렙 소유지분 40% 등 논란이 적지 않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렙법의 부실에 따라 올해부터 광고 시장 '정글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방송사들의 생존을 건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살펴보면 약 188개 채널이 약 3조원에 불과한 광고 시장을 나눠 먹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종편, 지상파의 경쟁 속에 중소 방송사나 중소 신문사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디어 업계의 튼튼한 생태계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중소신문이나 지역매체의 성장이 그 바탕이지만, 지금같은 구조라면 균형있는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디어렙법의 윤곽이 드러난 지금, 시급한 것은 시장 혼탁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후속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에는 광고 거래 무질서를 막기 위한 일명 '샤팽(SAPIN)'법이 있다. 프랑스 재정경제원장인 미셸 샤팽이 주도해 만든 광고법으로, 언론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은 광고 요금 및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광고회사의 대행 수수료는 반드시 광고주에 의해 지불하도록 하면서 미디어가 광고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내용이 골자다.
전문가들 가운데는 미디어렙법이 통과된 후 광고시장의 혼탁을 막는 사후 규제 논의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미디어 학자들은 광고거래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세부규정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디어 소비(시청률 등)와 광고 수주 실태 및 점유율과의 상관 관계를 의무조사해 공개하자는 것이다.
미디어렙법의 보완을 위해 시행령 등 후속조치에는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는 인물이 대거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후속작업은 일부 거대 미디어사가 기업들의 손목을 비틀어 광고를 수주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디어 생태계의 기본적인 유지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시각의 언론이 생태계를 이루며 발전하는 것이 건강한 미디어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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