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은영기자] 애플발 '시리' 강풍이 음성인식 시장 판도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세계 1위 음성인식기술 업체인 미국의 뉘앙스가 스마트폰 음성인식 앱 개발업체인 ‘블링고(Vlingo)’를 인수한다고 주요 외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뉘앙스와 블링고는 그 동안 사사건건 대립하던 사이. 뉘앙스는 블링고가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수 차례 소송을 제기했다. 또 두 회사 모두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앱을 내놓으면서 강력한 경쟁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음성 인식은 물론 가상의 비서역할을 수행하는 애플의 ‘시리’ 열풍이 거세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각자의 입장은 제쳐놓고 우선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 것. 결국 두 앙숙은 이날 한 지붕 두 가족이 되기로 공식 합의했다.
이날 소식을 전한 매셔블 등 주요 외신들은 뉘앙스와 블링고가 애플 시리를 ‘공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협력이 시리와의 대결 구도에서 강력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톰슨 뉘앙스 모바일 총 책임자는 “음성인식 기반의 서비스는 전 영역에 걸쳐 약 50억 달러의 시장 기회를 창출한다”면서 “애플의 시리를 시작으로 모바일 뿐만 아니라 각 가전제품 회사들도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자연스러운 음성까지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블링고 인수를 통해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을 가속화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음성인식 기술을 보유한 뉘앙스는 아이폰4S 시리에 탑재된 음성인식엔진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구글의 음성검색 서비스에도 뉘앙스의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 5월 음성을 텍스트로 자동 변환해 단문 메시지 및 트위터, 페이스북 업데이트를 간편하게 해결해주는 ‘드래곤 딕테이션’ 및 ‘드래곤 서치’ 앱의 한국어 버전 출시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블링고는 안드로이드 마켓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인기 음성인식 앱으로 음성으로 이야기하면 블링고가 알아서 텍스트로 바꿔 이메일이나 SMS로 보내 주는 기능 등을 제공한다.
한편 지난달 아마존이 음성-텍스트 변환 소프트웨어 업체인 '얍(Yap)'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주 구글도 '마젤(Majel)'이란 코드명으로 애플 시리의 대항마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음성인식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원은영기자 gr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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