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중국의 경우, 거래중개사이트가 홍콩거래소에 상장을 한다. 아이템 중개업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IMI 관계자)"
"건전성을 갖춘 게임이라면 아이템이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이기정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와 아이템거래중개업체 관계자의 대화는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토론회에 문화부 측 패널로 참석한 문화부 이승재 게임콘텐츠산업과 사무관은 이번 시행령에 포함된 청소년이용가 게임의 아이템거래 금지 조항과 관련해 "개인과 개인간의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이템 거래 문제는 이용자 보호를 초월한 문제다.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사람까지 보호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IMI 직원이라고 밝힌 임재홍 씨는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70%가 아이템을 거래한 경험이 없다.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문제가 아이템 거래에서 파생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행정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맞섰다.
이를 지켜보는 이용자들도 답답했다.
'리니지' 게임을 7년간 하고 있다는 한 이용자는 "중개 사이트가 아니라 개인 간의 거래는 가능하다는데 1조5천억원 규모의 시장이 암암리에 거래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문화부가 대안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IT 직종 관계자라고 밝힌 이의석 씨는 "현재 12세 이용가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게임을 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템을 구매한다"라며 "청소년 이용가 게임을 즐기는 성인들의 아이템 거래를 막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위배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개인간 아이템 거래 사고 발생 확률 높아…대안 마련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청소년이용가 게임의 게임머니, 게임아이템 거래를 금지시키는 시행령 개정안을 바로 적용할 경우, 부작용이 훨씬 클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법무법인 이헌욱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청소년이용가 게임의 환전금지 조항에 찬성하는 편이지만, 이는 전면 금지가 쉬운 규제는 아니다"라며 "게임의 사행화를 방지하겠다는 입법취지가 있는 조항이지만 사행성 우려가 없는 게임까지 한꺼번에 구속요건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헌욱 변호사는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이) 환전을 업으로 하는 행위는 금지하되 이용자 개인간 환전은 허용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선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대부분 온라인게임 회사가 약관상 아이템거래 행위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템거래를 하는 이용자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보호하지 않겠다는 이번 시행령을 당장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은 온라인게임 '리니지' 상에 존재하는 게임머니를 현금화하는 행위를 합법으로 판결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배팅, 배단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하거나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을 통해 생산, 획득한 아이템이 아니라면 형법상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며 개인간의 아이템 거래를 합법으로 인정했다.
대법원 판례를 통해 아이템베이·IMI 등 아이템거래중개사이트는 합법적 사업자로 인정받았다. 동시에 2009년 3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돼, 청소년의 회원가입과 사이트 접속은 현재 불가능한 상태다.
아이템거래 중개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소년 이용가 게임의 아이템을 금지할 경우, 아이템거래를 못하게 되는 절대다수는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인 셈이다. 아이템 거래사이트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게임의 약 70~80%가 '아이온'·'리니지'·'던전앤파이터'·'메이플스토리' 등 청소년이용가 게임이다.
한편, 게임 아이템은 민법상 물건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간 게임 아이템을 거래할 경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법기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측은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 관련 사기가 최근 3년간 발생한 전체 인터넷 물품사기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돈을 줬는데 아이템을 안 주는 경우, 아이템을 받고 돈을 안 주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만 현금 편취로 판단, 사기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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